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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면 이런 민원 사례 어떻게 해결하실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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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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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부부 상


BY wynyungsoo 2002-03-18

"어머나 세상에 그 옛날 우리부부의 그림그대로네!," 오늘은 남편이 병원을 내 원하는 날이라서 오후 2시 30분 예약시간에 맞춰서 비뇨기과에 도착했다. 늘 병원을 다니면서 보면 오전보다도 오후 예약환자가 더 많은지!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예약시간이 경과되면서 예약 증서가 무색할 정도로 환자들이 밀려든다. 어쩌면 병원마다 환자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우린 간호사의 호명만 기다리면서 시간을 체크하고 있는데, 젊은 부인이 휠체어를 밀고 비뇨기과 대기실로 들어서는데 휠체어에 앉은 남편은 건장한 체격에 검으스름한 얼굴피부 색으로 보아서 입원한지가 얼마 안된 듯싶다.

남편 옆에 서있는 부인은 체형이 가냘프며 미인형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얼굴표정에는 그냥 수심이 한 가득 담겨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루하기 그지없던 차였는데 젊은 부부는 우리가 앉은 맞은편 의자에 앉는데 나는 왠지 관심이 쏠린다. 해서 그 부부를 유심히 보면서 우리반쪽이 처음 뇌졸중 발병했을 때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니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어서 계속 주시하며 살피고 있는데, 부인은 휠체어를 바로잡아 세우더니 남편의 손과 팔을 주무르기 시작하며 온 전신을 차례로 주무르며 남편의 두 다리를 조심스레 자기 무릎에 올려놓고는 허벅지부터 장단 지까지 주무르다가 남편의 무릎에 얼굴을 그냥 묻어버린다.

해서난, 그들의 거동을 유심히 살피는데 부인은 펑펑 울고있었다. 울면서도 손은 연실 남편의 다리를 주무르며 슬피 울더니 고개를 들어 눈물을 계속 닦으면서도 한 손은 남편의 다리를 쉼 없이 주무르며 또 눈물을 닦으며 그러기를 계속 하더니 이윽고 눈과 온 얼굴을 벌겋게 되고 남편도 눈물을 훔쳐내는 모습이 보였다. 부인은 남편이 눈물을 닦는 것을 보더니 더 펑펑 눈물을 쏟으면서도 입가에는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웠으며 단둘이 있는 병실도 아니고 외래 대기실인데, 의자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리를 꽉 메우고 있는 현장에서 아랑곳하지 않으며 번갈아 눈물을 쏟고 있는 젊은 부부가 너무 안쓰러웠다.

어쩌면 부인은 대기실에 들어서면서부터 그렇게도 남편의 수족에 눈을 떨구곤 계속 주무르는 손놀림을 쉬지도 않고 주무르니, 자신의 손아귀도 아프련만 참으로 정성이 갸륵하고 대단한 사랑 심이었다. 가만히 보아하니 남편은 중풍을 맞은 것 같은데 어쩌다가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가엾기 그지없었다. 매도 먼저 맞은 놈이 낮다고 했던가, 그 당시의 내 입장을 상기하니 펑펑 우는 부인의 처지가 너무 안되보였고 앞으로의 그 길고 힘든 고뇌를 어떻게 감당을 할까하는 걱정이 내심 앞섰다. 얼마나 충격이 크고 놀랐을까! 중풍환자인 남편을 둔 보호자인 입장이고 보니 그 부부가 겪은 예측불허의 상황을 충분히 읽을 수가 있었다.

우린 호명을 받고 선생님을 뵙고 격려의 말씀과 또 환자의 보호자인 이 마누라가 주위 해야 할 지시사항을 듣고 또 간 검사를 위한 혈액채취도 하고 약을 타 가지고 집으로 오면서도 내내 그들 부부의 모습이 머리에서 맴돌며, 슬픔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또 마주보고 서로 눈물을 닦아주는 그 부부의 아름다운 부부 상이 머리에서 가시지를 안으니, 난 내심 부인에게 이봐요? 그렇게 성심으로 병간호를 사랑 심으로 일관하면 아마도 남편의 병에 차도가 눈에 띄게 호전이 올 것이니 용기를 잃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며 그 가냘픈 부인을 꼭 안아주고 다독여주고 싶은 심정이 일었다.

중풍은 처음 발병하고 6시간 내에 병원을 찾아 응급처치를 하게되면 신체적인 장애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하던데.. 어느 날 갑자기 가장인 대들보가 꽝 하고 쓰러지면 온 식구들이 당황한 나머지 속수무책으로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6시간을 훌쩍 넘긴 다음에야 부랴부랴 병원으로 후송을 하게 되는 예가 비일비재하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냥 졸지에 반신불수가 되는 예라고 볼 수 있다고 하겠다. 나의 경우도 반쪽이 뇌졸중 발병하던 날에 친구부친의 환갑잔치에 다녀와서는 별안간 토하며 헛구역질을 쉼 없이 해대고 했을 때에 나는 체한 줄만 알고 대바늘로 열 손가락을 따서 피를 냈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때 그 응급처치가 도움이 많이 되었었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남편은 왼쪽으로만 아주 경미하게 맞았는데도 아직까지 일그러진 체형은 원위치를 망각한 상태이지만, 그래도 다행한 것은 거기에서 더 신체적인 악화는 아직 없으므로 그저 감사합니다.를 허공에 대고 늘 몽유병자 입버릇처럼 되뇌며 그런 세월의 삶이 지금까지이니!... 참으로... "환자도 환자이려니와 아니! 요년의 팔자는 뭔 팔자인고 하니... 또 참으로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의사선생님이 기분 좋은 말을 남겼기 때문에 반쪽은 입이 귀에 걸려서 집까지 오긴 했어도 난 그렇게 좋아하는 남편이 더 가엾고 안쓰러웠다.

다음달 4월 15일 날이 병원을 내 원하는 날인데, 그날 또 비뇨기과에서 그들 부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니, 만약에 대기실에서 또 만나게 된다면 난 그 부인에게 뇌졸중 남편을 둔 인생선배입장에서 그 간 환자인 남편과 겪은 고뇌와 희비의 역경을 꼭꼭 짚어서 경험담을 들려주며 격려와 용기를 심어주며 남편을 꼭 우뚝 설 수 있을 테니 좌절하지 말고 환자보다 더 보호자인 안사람이 씩씩해야 환자도 용기를 얻게된다고.. 그렇게 부탁으로 조언을 줄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날에 꼭 만나지기를 고대하면서...

세상에 예측불허의 상황에 처했을 때에, 얼마나 놀랬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황당했었을까! 얼마나 농축된 눈물로 앞섶을 흥건히 흥건하게 적셨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 감회가 새로우며 그냥 목이 메여온다.

인명은 재천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요즘은 공해가 난무한 세상이니 죽음도 나이 순서대로 맞는 것은 아니라고 보여짐에, 남녀노소가 따로 없이 건강에 각별히 유념하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것을 제 인식하게 되였으며 오늘 젊은 부부의 잿빛미소를 직시하면서 가냘픈 부인의 얼굴에 아침햇살 미소가 방긋하며 돌아오기를 빌며 보호자가 건강해야지 환자 병간호에 손색이 없을 지이니 부디 그 부인이 건강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부부 상인 농축된 夫婦愛의 실물을 만났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