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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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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음이 나네


BY 칵테일 2001-03-28


어제 저녁에 남편이 집에 온다는
전화를 했길래
오늘은 웬지 회가 먹고 싶다고 했다.

요즘 제대로 끼니도 혼자 안 챙겨먹다가
모처럼 먹고 싶은 거 양껏 먹었다.

그리고는 집에 와서도 잠시는 멀쩡했건만,
자려고 누우니 그때부터 배가 아픈데.....

처음에는 한쪽으로 돌아누워 참아도 봤지만,
점점 통증은 심해져 거의 배를 못 필 정도.

침대 한쪽에서 잠을 청하던 남편이 놀라
왜그러냐고 묻는다.

배가 아프다는 말에 할머니손 약손.. 처럼
내 배를 살살 문질러도 준다.

그렇지만 말이 약손이지,
통증이 가라앉아야 말이지.

아... 결국은 빈 속에 음식이 들어간 게
탈이 난 모양이었다.

그렇게 밤새 화장실을 몇번씩 들락이다
겨우 진정되어 통증이 멎고.....

통증이 멎어가자 겨우 나도 사람 꼴이 되어
남편 곁에 다시금 누우니
남편이 나를 보고 싱겁게 이런 말을 하네.

어린 애도 아니고.... 똥배였어?
어릴 때야 어린 애들이 제대로 못 가려서
똥배앓이를 하지, 다 큰 어른도 하나?

이런다....
킥킥킥....
아픔이 가시고 몸이 개운해지니
왜 그렇게 남편의 그 말이 우습기만 하던지.

그러고보니 며칠 째 큰 일을 못 본 게
화근이었나보다.

요즘 거의 음식을 제 때 끼니를 못 챙겨먹었더니
아무래도 어제 저녁 제대로(?) 먹은 게
장 운동을 촉진(?)시켰던 게지.

****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려고
미역국에 밥 말아 훌쩍 먹고 있는 남편을
식탁에 마주 앉아 바라보고 있자니...
그냥 웃음이 나네.

식사중이라 뭐라 말도 못 건네고..
그저 혼자 속으로 히죽대며 웃었네.

남편은 어떤 사람일까.
이런 나의 민망함도 조금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으니...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땡~하고 내려가는 그 순간까지
문 빼꼼히 열고 오래 바라보다....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내 배는 똥배였었나?
그냥 웃음이 나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