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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아와 코스모스의 서울 나들이 (3)


BY cosmos03 2002-03-17

이미 연예인들은 모두가 밖으로 나간 상태인데 감독이라는 사람이 서둘러 집합을 시킵니다.
작가들과 그 외의 사람들이 다시금 급하게 나가서는 밖으로 나간 연예인들을 불러 들입니다.
그리고는 다시금 자리를 옮기고 무대 세트도 다시 준비를 합니다.
뒤의 방청객들은 꽁시런 궁시렁 난리를 지깁니다.
"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
로 부터 차비는 따로 생각해 줘야 한다는둥. 다시는 이 방송국에 안 온다는둥.
남편에게 쫓겨나겠다는둥...
참말로 말들도 많았읍니다.

그래도 다시금 세트 준비가 되니.
김승현씨 얼굴하나 가득 지은 미소로 편지글을 읽는다고 하대요.
( 이번에야 말로 우리도 방송출연을 하게 되는구나 )
그때부터는 심하게 가슴이 콩당거립니다.
얼굴은 쐬주 몇잔 빈속에 마신것처럼 버~얼게 지고.
화끈화끈 한것이 죽겠읍니다.
슬며시 잡아본 남편의 손은 땀으로 축축해져 있고.
얼굴을 바라보니 막걸리 한말은 족히 갖다부은듯 완전히 홍당무.
보기에도 딱했지만 그냥 앞의 엠씨들에게 주목 햇읍니다.

첫번째의 글은 출연하지 않은 사람의 편지글이었읍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글을 맛깔스럽게 잘도 읽던지...
웅성거리며 불만을 토로하던 방청객들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서는
아까처럼 아~아..도 하고.
하하하하 하고는 커다란 소리로 웃기도 하고...
열심히 박수도 칩니다.

그런 와중에 피디인지 하는 어느분이 남편의 손에 마이크를 쥐어 줍니다.
그때부터 남편의 떨림은 시작이 되었읍니다.
" 침착해요. 아무것도 아니야 "
귀엣말로 남편에게 말을 해 주었지만...
남편의 떨림은 멈추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두번째의 편지글.
역시 그 글도 불참한 사람의 글 이었읍니다.
바로 다음이면 엉아의 글이 읽혀질텐데...
우~와 왜 그리 떨리던지요.
지은죄도 없이 심장뛰는 소리가 너무도 크게 들리는 겁니다.
손에서는 연신 땀이 나니 슬그머니 치마자락에 닦기 바쁘고.
머리속은 왕왕거리는게 김승현씨의 목소리도 최유라씨의 목소리도
꿈결인듯 아주 저 멀리에서 들려옵니다.
네. 드디어 우리 차례입니다.

나와 남편에게 눈을 맞춘 김승현씨.
" 요번에는 넓은 오지랖으로 사고만 치고 다니는 아내분때문에 못 살겠다는
대전에서 올라온 유창현씨의 글을 읽겠읍니다 "
헉~ 숨이 멎는거 같았읍니다.
미치게 떨립니다.
진정하고는 나 역시도 김승현씨에게 눈을 맞추니.
" 아니, 웬 오지랖이 그렇게나 넓으세요? "
하나가득 웃는 얼굴로 묻습니다.
그리고는 읽어내려가는 우리의 엉아글.
3편에 나누어써서 꽤나 긴 글을 짧게 축소를 시켜서는 읽는데.
웃읍더라구요.
챙피도 합니다.
이젠 편지글 읽는게 다 끝났읍니다.

김승현씨가 남편의 이름을 부릅니다.
" 부인의 오지랖이 넓어서 손해보는점과 좋은점을 말씀해 주세요 "
내 남편...
무슨 말인가는 열심히 한거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읍니다.
얼마나 마이크 잡은 손과 나머지 손을 심하게 떠는지.
꼭 그자리에서 내 남편. 쓰러질것 같습니다.
입은 심하게 말라있고... 떨리는 손에 떨리는 목소리로 버벅거립니다.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제가 그만 마이크를 빼앗았읍니다.
그리고는 화면에 보이지 않게 남편의 손을 살그머니 잡아주었지요.
내게로 맞추어진 카메라.

와~~~~~~
얼굴 무지하게 큽니다.
난 예전엔 미처 몰랐읍니다.
내 얼굴이 저렇게 까지 큰줄을.
모니터에 보여지는 내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괴물의 얼굴 이었읍니다.
너무도 놀라 그만 외면을 했답니다.
그리고는 단 몇마디에 그렇게 싱겁게 우리의 출연은 끝이 났읍니다.
6 시부터 준비한 방송출연이 5 시간만에 겨우 한 1~2분을
그렇게 몇마디에 모든것은 끝이 났읍니다.

그냥 주소와 이름석자.
그걸 바라고 우린 가슴설레며 대전에서 이곳 서울까지 올라온 것입니다.
때빼고 광내고 거금쓰고 배 곯아가며 말입니다.
마지막 한팀의 녹화까지 마치고 나니 이미 11 시가 넘어버렸읍니다.
어떻게 어떤 표정을 지었으며 어떤 말을 했는지...
솔직히 기억에도 없읍니다.
잠깐 모니터에서 내 큰 얼굴만을 보았을뿐.

" 수고 하셧읍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
라는 멘트로 사람들은 바쁘게 노란 봉투 하나씩을 받고는 급하게 녹화장을 나갑니다.
연예인들도 작가들도 감독도 피디도.
어느 누구하나 우리에게 시선을 주는 사람은 없읍니다.
우리도 서둘러 그곳을 나와서는 대전으로 향했지만...
액수를 논할 출연료도 커다란 상품도. 아무것도 없이 빈 손으로
우린 터덜거리며 나오는데 남편은 아까와는 다르게 내게 한마디 합니다.

' 우이쒸~ 우리에게도 저 노란 봉투라도 한개씩 주지 "
그 봉투는 방청객들의 아르바이트 대금 이었읍니다.
한장당 6000 원씩이 들은.
우린 그 나마도 받지 못한채 꾸었던 꿈을 몽땅 깨야 했읍니다.
돌아오는 고속도로 휴계실의 선지국밥을 얼마나 배 들이 ?杵年쩝?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후루룩 먹어버리고는
지치고 힘들게 새벽 세시가 되어서야 우리의 보금자리로 돌아올수 있었읍니다.
이렇게 들뜨고 야무지게 꿈까지 꾸었던 엉아와 코스모스의 서울 나들이는 끝이 났읍니다.
말 그대로 허망하게 말입니다.
방송날자요?
사실은...
어제 바로 토요일에 방송이 되기로 햇는데.
우라질~
그나마 방송조차도 되질 않았읍니다.
녹화준비까지 모두 갖추었었는데 말입니다.


지루한글 읽어주심...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