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8년 전,
저희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72세, 그리 많은 연세도 아니고
불과 몇달 전까지 너무나도 정정하시던 분이
위암 판정을 받고 두 달만에 돌아가셨지요.
부지런하고 알뜰하시며
평생 고생만 하시던 할머니였기 때문에
가족, 친지들의 슬픔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시골집에서 전통 장례식을 치루느라
울음소리, 곡소리, 그리고 음식냄새,...
온 동리 사람들이 다 모여 북적거리던 중
까만 고급승용차가 한대 도착했습니다.
5공 시절, 날으는 새도 떨어뜨릴만큼
위세를 떨치던 지역 국회의원이었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얼굴이니
새삼 소개나 인사도 필요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고
뒤를 조용히 따르던 검은 정장의 수행원은
한쪽에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누군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우리 큰 고모.
지금 환갑이 넘으셨고
사는 곳도 그 의원의 지역구가 아니었으니
어쩌면 그를 모를 수도 있었겠죠.
조용히 그 수행원 옆으로 갔습니다.
"저기 저 양반이 누구시껴?"
그 수행원은 부동자세로 절도있게 대답했습니다.
"넵! 어르신이십니다."
"예? 누구시라꼬요?"
"어르신이십니다."
"뉘 집 어른이시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