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귀하고 행복한 순간이다.
가족이라고 해서,
혹은 친구라고 해서
항상 나의 일거수 일투를 다 알아야겠다는
생각은 나를 옭아 매는 올무 같아 갑갑증이 일어난다.
혼자 있을 때
여러가지 상념을 정리 할 수도 있고
어줍잖지만 사색도 할 수 있고
늘어져 있는 나의 자아를 적당히 긴장 시킬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나의 시간을 항상 갈구 하지만,
하루를 바둥바둥 살다 보면
온전하게 몇시간이라도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모두 잠든 이시간이라야
겨우 몇시간이라도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이 시간이 어찌 아니 소중하랴...
반면,
남편은 항상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스타일이다.
밖에선 물론이거니와 집안에서 조차...
오늘도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나절이 되어 가볍게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고
나직나직 객없는 농담도 주고 받으며 거기까진 좋았는데
다른 때 같으면 벌써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
이 남자 잠 안자고 내 옆에 찰싹 붙어 있다.
빨리 남편이 자야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데
속타는 내 맘을 모르는 남편은 방으로 들어갈 생각을
안하고 계속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 저리 돌리기를 반복하며
내 주위를 맴돈다.
이럴 때 남편의 눈치로 보아 무얼 원하고 있는 줄은 알지만
오늘은 그냥 모르는척 넘겨 버린다.
보다 못한 내가 빨리 들어가 자라고
협박과 회유를 해도
꿈쩍도 안하더니 나중엔 아예 방에서 이불과 벼개를 가져와서는
거실에 누워 버린다.
편안한 침대 놔두고 꼭 내 옆에서 잠들려고 하는
어린아이 같은 이 남자~
내가 옆에 없으면 잠이 안 온다나 어쩐다나~
하여튼 이쁜것도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여~~ ^^*;;(나 공주~!!)
웨~엑~
케케켁@#@#@#
지송~~합니다여~ ^^*;;
하지만 나에게 목숨거는 이 남자
전에 친정에서 살 때는 몇시간만 내가 안 보이면
엄마방 동생방 다 돌아 다니며 찾아 다니는 통에 기함을 하곤 했었다.
정말 이런거 경험 못해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거다...
남이 들으면 마누라 사랑해서 그러는데 뭘 그러느냐
복에 겨운 소리랑 하덜 말어라
하며 혀를 찰 수도 있을 얘기 겠지만
물론 밖에 나가서 이상한 짓 하고 다니는 것 보다야
백번 낫겠지만 이렇게 꼭 붙어 나닐려고 하는 것을
참아야 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별달리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책을 읽는 시간이나,컴 앞에 앉아 있는 이 시간만이라도
모두에게서 온전히 해방 되고 싶은게 솔직한 심정이다.
계속 달래고 얼르고
방으로 유인을 해봐도 꿈쩍도 않는 이 남자~
"왜 편안한 방 놔두고 꼭 거실에서
잘려구 하는거야..??
자기가 방에 들어가서 자야 내 맘도 편하고,
자기도 낼 출근해야 하는데 잠자리 옮기면
불편하잖어
나 방에 들어가면 꼭 따라 들어 오면서
첨 부터 방에서 자면 나두 귀찮치 않구
자기도 좋구 ...안그래...?"
"왜그래...? 난 여기가 편하구 좋단 말야.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있음 해.
자기 나 옆에 있으면 뭐가 불편하다고 그러는데~"
"어우~덩말~ 말 좀 들으면 안돼냐..?
난 지금 혼자 있구 싶단 말야"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던 이 남자.
그러더니 급기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자기~나 잠든 다음에 뭐 할려구 하는데...??"
으이구~쓰...
"난 그냥 혼자 있구 싶단 말야...그냥
날 좀 내버려 둬..
빨리 이사를 가서 서재를 만들어야 내 시간을 갖지~"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잘 삐지는 이 남자
벌떡 일어나며 벼개를 잡고 방으로 팩하니 찬바람을 일으키며
방으로 들어간다.
"그래....혼자만의 시간 많이 가져라
나두 이제부터 혼자만의 시간 가질거니까..."
"허참~나...
그래 내가 언제 갖지 말랬어...
자기도 그렇게 해.."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방안에서 궁시렁 거리며 한다는 소리...
"나두 이제부터 토요일은 하루종일 무조건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러니 이제 방해 하지마~."
오잉~@@
뭐라구 토요일 하루 종일..??
이 남자 뭐라 하는 소린겨~
그런게 어딨어..
내가 언제 하루종일 이랬나~
어이구야~
삐지기쟁이 남편
언제나 철 들려나~
삐지는게 무기였던 시절은 이젠 지났시유~
십년 써 먹었으면 이제 바꿀 때도 됐지~
자기 말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무기를 찾아 보시던가...
우.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