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간을 반가운 친구들 만나 술과 밤을 새운 덕에
온 몸이 지쳐 일찌감치 곯아 떨어진 남편을 뒤로하고
엄마가 정성을 다해 끓여 내 놓으신
토종삼계탕을 인삼뿌리 세뿌리까지 챙겨먹고는 배부른
핑계로 밤하늘이 보고 싶어 집앞 길가로 나왔습니다.
집앞에는 정말 작은 개울이 하나 흐르고 있는데 그날은
최근에 온 비로 물길이 평소보다 깊어져 있었습니다.
내 어릴땐 그 속에서 멱도 감고 빨래도 하고 밤에
나와 목욕도 하고 그랬었는데...
겨울엔 꽁꽁 언 얼음 위에서 썰매도 탔었는데...
요즘엔 집집마다 세탁기가 있어 빨래하는 풍경도,
아이들 멱감는 모습도 전혀 볼수 없는 그냥 방치 되어
버린 개울가가 안타까운 생각을 갖게 했습니다.
한참을 신작로가에 웅크리고 앉아 풀벌레 소리와
싸~한 풀 냄새를 온 몸으로 맡다가 밤길을 걷고 싶어
길을 나서니 왠지 가로등 불빛에 정적만이 감도는
시골길이 무서운 생각이 들어 제 어린딸을 불러냈습니다.
9살인 큰딸은 엄마 손을 꼭 붙잡고 좋아라 밤길을 걸으며
속엣말을 하더군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아빠같은 좋은 사람을 만날려면 어떻게 커야 하겠다는둥..
시집가더라도 엄마 아빠가 사시는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
겠다는 둥..
엄마 아빠 오래 사시라는 둥..
외할머니가 이곳에 사셔서 이런 곳에 올 수 있어 좋다는 둥..'
웃음이 났지만 진지하게 말을 받아주었지요..
난 그저, '이런곳에서 엄마가 자랐단다'며
보여주고 싶어서 데리고 나왔을 뿐인데...
덕분에 큰 딸한번 어부바 해 주고 즐겁게 둘 만의 데이트를
해 보았습니다.
어느 곳이든 다 그렇겠지만,
똑 같은 풍경이
낮과 밤이 주는 느낌은 많이 달라
밤에는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줍니다.
언제봐도 싫지 않은 고향,
남들이 감탄할 만큼 좋은 경관은 없지만
제가 태어나고 자란곳 이라 정이 들어 그렇겠지요..
시골은 어딜 가도 좋기만 하던데...
오늘 아침엔 고향생각 한번 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