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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는 조카가 이미 없는 고모에게....


BY jasochae 2002-02-28

저는 고모와 5살 차이입니다....
그러나 이미 세상에 없답니다.. 고모의 장례를 치른지 8년이 되어갑니다.. 얼마나 철이 없었던지...

고모는 우리 집안의 애물단지였습니다.
씨다른 형제였던 고모를 그래도 자식처럼 키우고 돌보며 속도 끓고 했던 엄마는 고모의 장례식에서
'이렇게 갈거면서 왜 내 품에 와서 그리도 속을 태워주었느냐..
이 나쁜년아' 하며 얼마나 울던지 가슴이 몹시 아팠습니다..
엄마때문에 가슴이 아픈것이 아니라
고모에 대한 회환이 밀려 왔기 때문입니다...

고모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우수하게 다니고는 일반직장을 다니지 못하고 간호학원이라는 곳을 다녔습니다...
자그만한 키에 예쁘장하고 굉장히 예민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어느 한 남자를 만났는데
결혼을 해서 살면서도 시댁에서도 남편에게서도 그리 평안을 얻지 못하고 방황하고 시댁식구들의 폭력과 남편의 외도에 몸과 마음이 멍들고 있었습니다..

눈치도 못채고 친정이라고 오면 저희 아버지는 남편하고 같이 좋은 기분에 친정을 와야지 왜 질질짜며 다니는거냐고 질책을 하시곤 했습니다...너무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다

고모는 정신을 놓아버렸습니다...
그때서야 알게된 시어머니의 폭력에 온몸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고모가 집에 있는데도 남편이란 사람은 여자를 데리고와서 셋이서 밥을 먹고 그 여자의 물까지 떠나 주게 했답니다...
어디 한곳 의지할곳 없던 고모는 그렇게 정신을 놓아버리고는 아주 행복한 얼굴로 집에 ?아왔습니다...

온 집안식구들은 모른척하느걸 엄마는 신경정신과로 이리저리 끌고다니며 병을 고쳐 보려고... 용인이니.. 광화문이니.. 천주교의 도움도 받아보고... 긴병에 효자없다고 엄마도 지쳐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제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패물단지를 보고 고모는
금가락지한쌍을 저에게 달라고 하더군요...
말도 안돼는 소리 한다고.. 재수없다구... 비키라구 했어요..
엄마의 욕설은 뒤로 한채 문을 잠궈버리고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고모가 미웠습니다.. 엄마를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모든게 지탓이지... 그렇게 철이 없고 나뻤습니다...제가요.
그 다음날 엄마는 고모를 데리고 나가 금가락지한쌍을 해주었답니다. 반지를 달라고 하는 고모의 모습이 측은했었나봅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몇달이 지난 어느 날
고모가 죽었다고 엄마의 울부짓는 전화를 받고는 달려갔지만
이미 고모는 이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전 남편의 집은 신촌의 모아파트였는데 7층이었습니다..
거기서 떨어졌답니다...
엄마는 거의 실신할 정도로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죄책감에 고개를 못들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위안을 주고 위로를 해도 풀어지지 않는 매듭이었습니다....
낳은정보다 기른정이라더니...고모는 엄마가 3살 무렵부터 키웠으닌까요...

그렇게 또 몇달이 지나갔습니다...
어느 날 꿈에 고모가 우리집에서 와서는 밥상을 차려놓고 먹으라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모랑 커피도 마시고...
예전처럼 서로 메니큐어도 발라주고...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꿈이야기를.
조상이니 괜찮다며 잘 풀었다고 했습니다..
고모는 그런식으로 풀리지 않을 나의 마음을 풀어주고 갔습니다...
못된 저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제 마음을 풀어주고 갔답니다...

이제는 고모에게도 떳떳히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미안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