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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마당에 주차하는 놈, 그 나쁜 놈은.....


BY 도가도 2002-02-28

우리집은 시골집이다.
마당은 태평양만큼 넓은데, 울타리도 대문도 없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딸둘과 내, 셋이만 살면서,
이상한 차가 가끔씩 우리집 마당에 주차를 하기 시작했다.
밤12시 이후에 주차를 하기 때문에, 나가서 왜 주인허락없이 니맘대로 주차하냐고 따지기도 무서웠다.
시골에선 도시와 달리 밤12시면 모두다 잠든 시각이기 때문에 혹 내가 무슨일이 있어 소리를 질러도 못들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차가 어제는 저녁 8시쯤에 와서, 주차한답시고 그렁그렁 하고 있었다.
"어라, 오늘은 일찍 왔네.
그렇다면, 오늘은 따져볼 수 있지."
나는 개선장군처럼 신발을 신고 마당으로 나왔다.
한참을 갤갤거리며 주차를 한다.
큰애, 수진이가 "엄마!" 하며 나왔다.
"들어가 있어. 엄마, 이 트럭아저씨랑 얘기하고 들어갈게." 하고 비장하게 말했다.
수진이의 "예." 하는 대답소리와 함께, 나는 주차를 하고서도 내리지 않는 그 놈을 생각하며 차 앞머리로 갔다.
이놈이 내가 나온 줄 알고, 당황을 해서 내리지 않나보다 싶어서 말이다.
윈도우를 "톡,톡" 두드렸다.
창문이 스~ 하며 내려진다.
창문 안쪽의 검은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누굴까? 하는 의혹과 두려움이 밀려왔다.
털들이 쭈삣 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 검은 머리가 창문쪽으로 다가왔다.
곧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그 놈은 바로....
바로 옆집 사는 작은집 도련님이었다.
실망과 안도감이 교차하면서, 내 털들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요즘 도련님이 차 연수중이라는 소리는 들었는데,
차 끌고 다니는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넓은 마당에 주차하는데도, 한참을 걸렸나보다. 내는 일부러 겁줄려고 한참을 부릉부릉~ 하는줄 알았더만..

그래서, 저번에 1회성으로 끝난 음란전화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심심한 헤프닝으로 끝이 났다.
아무래도 남편과 떨어져 혼자 살다보니, 멀쩡한 정신에서 자꾸 조금씩 삐져나가는 것 같다. 이러다가 과대망상이란 병에 걸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여기는 사면이 산에 둘러싸여, 아직도 사람들은 정도 많고 순수한데 말이다.

도가도여,오버액션을 하지 말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