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하려는 이유는 사회적인 거예요.
독신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이사회에서 더 이상 독신으로 살기가 불편해서죠]
[그건, 권력욕이군요
결혼이란 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남성이라는 권력으로부터
승인 받는다는 뜻이고,남성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승복한다는 뜻이고,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에 편입된다는 뜻 아닌가요?
제도에 의해 보장된 남자를 통해 새로운 지휘를 획득하고,
그의 권력을 나누어 갖고,그가 성취한것을 함께 누리며,
그의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자 하는 욕망의 다른 이름이죠.]
[그렇죠.권력욕이죠
다른 모든 욕망과 마찬가지로 권력욕도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가운데 하나이고,보살피고 충족시켜줘야 하는 것이죠
우리가 안타까워해야 하는 것은 여성들이 욕망을 성취하는 방법이
대체로 남성을 통하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일 거예요...]
[그렇다면, 남성을 오직 저 위에서 드리워진 동아줄 같은 것으로만 간주한다면,
그 남성이 가지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고유한 감정은 어떻게 이해하시나요?]
[남성의 존엄성과 개성도 중요하죠
그들이 자신들이 만든 가부장제를 수호하고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 모든 고통이 저들 스스로 자초한 거라 생각하면 깨소금 맛이기도 해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중에서...
.
만일 내가 결혼이란걸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살고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될때가 있다
내가 알고있는 노처녀들이 그러는것처럼...
나 역시도 부모님에게 용돈을 타쓰며 구겨진 자존심을 펴느라 쉴새없이 다림질을 하고 있을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모님마져 안계셨다면?....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 될 소질은 없었으니...
아마도...봉제공장에서 구겨진 옷감을 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때만 해도 그랬다
대학은 그저 시집을 잘 가기위한 간판정도 였고...
또는 어디서든 대학을 나왔다는 이유로 콧대를 한없이 높일수 있었던..
알량한 자존심을 세워줄 정신적 허영일뿐이였다
그저...사랑하는 사람만나 좋은집으로 시집 잘 가는것이 정상인 삶으로 받아들여졌던...
결혼...
그것이 20년전쯤의 우리의 생존전략의 전부였다
왜 그것밖에 안됐냐구? 자신의 인생에서 주체적일순 없었냐구?
굳이 그렇게 질타한다면...할말은 없다
내또래라구 다 나처럼 결혼해 남편의 그늘에서 살고있는건 아니니까...
난 내가 남편의 권력에 기대어 살고있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그 의식의 눈을 멀게한것...그건 "사랑"이였으니까
남편이 마련해준 따뜻함과 안락함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오히려 소위 능력있는 여자들이 전업주부를 홀대하는
발언을 할때...분노하고 공격하고 비판했었다
그러나 부인할수 없는 건...내 생존권력은 바로,남편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세상을 향해 품는 모든 욕망은 남편을 통해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바로 그것이다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별로 달라지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도 후회없는 삶을 살것이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밖으로 뛰쳐 나가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난 우리의 아이들을 최선을 다해 키울것이고 행복하고 따스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것이다
가끔 전업주부라는 내 삶의 형태에 회의를 느끼기는 하겠지만...
그것 또한 많은 삶의 한 형태라고 인정하고 싶다
물론 능력없는 여자의 자기만족 이라 질타한다면...
역시 ..변명의 여지는 없다
어쨋든 난 최선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내안에 있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둔채로...
영혼의 자유와 독립을 꿈꾸며...
결코...
델.마.와.루.이.스.를 인정하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