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따사로워 할일없는 사람처럼
낮가람도 없이 남의 동네를 어슬렁거리니
온동네 이가집 김가집 견씨들이 다 합창을 하고
그래도 발은 디뎠으니 그깟 똥개들 길길이
날뛰던지 말든지 난 내볼일을 봐야 겠고
염치불구하고 뉘집 담장밑 텃밭에
고고한듯 하면 어딘가 그 모습이 여려보이고
여린 자태인가 하면 겨우내 가지끝에 설한풍 이겨낸
그모습이 장하고
내깐엔 꽤 진지하게 작업을 하고있는데
쥔장할머님이 "뭐달라꼬 그렇코롬 찍어삿소"
"예 어떤 정신나간 여자가 가만히 앉아서
보고 또 보고 싶어서 그런다네요"
그렇게 실없이 한마디 던지고 떡본김에 제사상 차린다고
매화나무에게 오만가지 폼을 다잡게 했으니
애고 날 미워하지나 않았는지 그 맘을 모르고 왔네
하지만 님들에게 고운향기를 봄소식을 주고싶었어요
고운님들 가슴안에 봄향기를 전해주고 싶었어요
봄을 기다리는 모든님들 새생명의 환희도 느끼시고
매화향기도 맡으시며 활기찬 봄을 맞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