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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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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접기 우정....펌(너무도 이쁜글이라서..)


BY 솔향~ 2002-02-26

몇해 전이었던가...
귀성 열차 안은 약간 들뜬 채로 붐비고 있었다.

애시당초 기다리는 것을 못하는 나인지라 귀성 열차 예매는 진즉에 포기하고 혼자 내려가는 몸, 입석표를 끊어 몸을 실었다.

대구까지 3시간 반. 책 한권이면 족하다.
천안 쯤 지났을까...?

내가 등을 기댄 뒷자리.
마침 책 읽기에 ?프塚?나던 차에 아이가 보채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갓난 아이 하나가 엄마 품에 잠들어 있고, 그 옆에 잠이 부족한 엄마에게 칭얼대는 너댓살 쯤 되어보이는 꼬마 하나.

기차타기에 흥미를 잃은 듯 자꾸만 엄마에게 보채고 갓난아이 돌보는데 지쳐보이는 엄마. 귀성길에 몸을 싣고 졸리는 눈을 떳다 감았다...보채는 아이 돌볼 여력이 없어 보였다.
건성으로 대꾸하는 말투에 고향말씨가 묻어 나온다.

'니 자꾸 이칼래~ 저 아저씨가 이놈한다~'
슬그머니 악역을 나에게로 미룬다.

책을 접고...그 아이를 빤히 쳐다봤다.
엄마에게 보채다 주위를 두리번대며 돌아보던 아이...초롱한 눈망울에 내가 잡혔다.

내가 빙그레 웃었다.
그 아이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얼른 시선을 돌렸다가 힐끔 힐끔 나를 본다.

모르는 체...수첩을 꺼내 메모지 한장을 북~ 찢었다.

큰 동작으로 메모지에 침을 바르고...정사각형 두마디가 되게 잘라...종이접기에 골몰한 척...슬쩍 본 아이의 눈에 호기심이 피어 오른다. 흠~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접었다 폈다...시간을 끌면서...이리보고 저리 보고...기차는 조치원을 지나고 있다.

몸통을 접기 전에 뒷다리 두개를 잘 펴면서 만들고...앞 발 두개는 두번 접어 높이를 맞추고...녀석은 이제 호기심이 턱 밑까지 가득찬 눈 빛이다.

가장 중요한 엉덩이 부분은 탄력있고 통통하게 접는다. 꾹 눌러 접으면 뛰는 탄성이 떨어진다.

외투에서 펜을 끄집어 내니...녀석이 이젠 내 옆에 바싹 다가와 붙는다. 숨소리보다 꼴깍 침넘어 가는 소리가 더 크다.

펜으로 정성스레 깜직한 눈을 그리고 몸에는 얼룩무뉘를 그려넣었다. 드디어...개구리 완성~

아직은 녀석과 눈을 맞추면 안된다...
기차는 대전을 방금 지났고...아이의 엄마는 약하게 코를 곤다.
가슴에 안긴 아기가 위태로워 보인다.

무심한 척...왼손바닥에 개구리를 올려 놓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녀석의 눈도 내 손바닥을 따라 이리돌고 저리 돌고...

오른 손을 가만히 덮은 다음...입가로 가져와 훅~ 바람을 불어 넣었다. 콧잔등을 손가락으로 찍어 개구리 코에 콧기름도 발랐다.

이제 눈을 맞출 차례.
아이는 힉~ 최선을 다한 애교스런 웃음을 보내온다.

아이 앞으로 개구리가 올라앉은 왼손바닥을 내밀고 가만히 오른 속 검지를 개구리 엉덩이에 댄다.
아이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 거린다.

살짝 눌렀다가 떼니...개구리가 팔짝 위로 뛰어 오른다.
녀석은 이제 두손을 모우고 환하게 웃는다. 자꾸 나랑 아는 척 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눈만 마주치면 화들짝 웃어준다.

종이 개구리를 외투 주머니에 넣고 다시 책을 잡는다.
녀석은 엉덩이를 자리에서 땐 채...엉거주춤. 귀한 걸 잃은 눈치다.

불현듯 생각난 듯 다시 개구리를 꺼집어내면 녀석은 어느새 내 옆에 딱 붙어서 있고...나는 기대에 부응해서 개구리 점프 시범을 보여준다.
멀리 뛰기. 장애물 뛰어넘기. 1회전 점프. 2회전...고난이도 3회전 점프까지...

그러다가 실수한 척...점프하던 개구리를 녀석 발 앞에 떨어뜨렸다.
순식간에 녀석의 몸이 바닥으로 붙었다가 개구리를 건져서 튀어오른다. 녀석이 더 개구리 같다.

녀석 앞으로 손을 내민다.
개구리를 꼭 쥔 녀석의 손이 몇번을 망설이다 내 손에다 넘겨준다.

구겨진 개구리를 곱게 잘 편 다음...

'너 줄까?'
녀석의 머리가 아래위로 크게 꺼덕거려진다. 눈빛이 간절하다.

녀석의 손에 살며시 건네준다. 기차는 거의 김천에 다다랐고...녀석은 개구리 가지고 놀기에 여념이 없는데...녀석의 엄마는 그제사 부시시 눈을 뜬다.

나는 여전히 책을 보고 있고...변한 것이라곤 아이가 뭔가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 뿐....

동대구역에 이르자 아이 엄마는 서둘러 갓난아기를 업고 짐보따리 들고 한 손엔 녀석의 손 잡은 채 나를 앞서서 내렸다.

엄마에 이끌려 저만치 앞서가던 녀석이 뒤를 돌아보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개구리를 꼭 쥔 고사리 손을 흔든다.

같이 손을 흔들어 주던 내 눈에는 집에 남겨두고 온 그 또래의 내 아들, 석현이가 손흔드는 것 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