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함께 미술관을 둘러보던 중년신사는 나뭇잎 몇 개만으로 몸을
가린 여자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더니 몇 분 동안 넋을 잃고 그것
을 들여다 봤다.
"아니 당신 가을까지 그러고 섰을 거예요?"
마침내 아내가 쏴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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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iddle-aged man, visiting an art museum with his wife, stood
for minutes rapturously looking at a painting of a woman dressed
only in a few leaves. Finally his wife snapped at him.
"What are you waiting for, autumn?"
(참고)
art museum : 미술관
rapturously : 열광적으로, 넋을 잃고
snap : 내뱉듯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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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몇 마디)
어떤 사람은 남녀의 신체를 가리켜 '요철(凹凸)의 미학(美學)'이라고
말했다. 적당히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는 나왔다는 얘기인가.
그래서 고래로 많은 예술가들이 인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왔다.
전에 어떤 중년 부부가 유럽여행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면 부부간에 실랑이가 자
주 벌어졌다. 왜냐면 여자 누드화 앞에 가면 남편이 넋을 잃고 쳐다보
느라 다음 작품으로 이동을 못하고, 남자 누드조각 상 앞에 서면 부인
이 혼이 빠져서 시간이 지체되는 것이다.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나 앵그르의 '샘'등의 누드화를
보고 감탄하지 않을 사내가 있을까? 사실 그림으로 그린 누드가 사진
으로 보는 누드보다 한 층 더 감미롭다. 또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
드 상' 같은 멋진 남성 누드 조각 앞을 그냥 지나갈 여인이 몇이나 되
겠는가. 잘 빠진 몸매에 적당히 발달한 근육, 탐스러운 남성의 심볼
을 보면 같은 남자라도 끌리게 된다. 그러니 여성들은 황홀할 것이다.
나는 지금도 밀로의 '비너스'보다 더 아름다운 여인상은 없다고 믿고
있는데 작가가 옷을 아슬아슬하게 배꼽 아래까지 흘러내리게 하여 보
는 이를 아~찔 어~찔하게 하고 있다. 단정한 파마 머리에 풍만한 젖가
슴, 균형 잡힌 몸매, 거기에 최대한 흘러내린 부드러운 스커트, 정말
그리스 예술가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최고의 여인상이 아닌가 생각된
다.
요즘에야 누드화에서 남녀의 거웃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만 중세의
누드는 엄격한 기독교의 영향으로 교묘하게 숨겼다. 누드화의 소재로
아담과 이브가 많이 등장했는데 이 때 화가들이 많이 써먹는 방법이
나뭇잎으로 이브의 중요한 곳을 가리거나 아니면 자연스레 손을 내려
서 가리는 법을 썼다. 또 음영으로 좀 어둡게 처리해서 은밀한 곳을
드러나지 않게 하고있다.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에서는 긴
머리를 늘어뜨려 아주 자연스럽게 살~짝 가리는 기법을 쓰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이 있다. 화가들이 나뭇잎으로 비밀스런 곳을
살짝 가린 누드화가 봄, 여름에는 괜찮지만, 낙엽이 져서 떨어지는
가을, 겨울에는 어떻게 하냐 말이다. 그래서 남자들이 가을에 유럽
여행을 많이 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