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하루 종일 두가지의 생각으로 웃었다 찡그렸다를 반복했습니다. 친구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자랑하고 좋아하다가, 그 이유를 생각해내고 이러면 안돼지 턱을 괴었습니다. 웃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참말로 푼수다 생각했지요. 친구의 부친상만 아니면 하긴 가기전에, 미리 모인 친구들과 높은 음으로 통통통 튀게 말도 하고, 장난질도 쳤지만, 글쎄, 들어가서 자중하려 노력을 하는데도 본색이 금방 나타나 그만 상주부부도 히죽였습니다. 즐거운 추억들을 끄집어 내고, 앞으로 만날 기약을 하며 헤어졌습니다. 친구들, 뿔뿔히 각자의 길을 가다가 큰일 있어야 얼굴을 보지만, 금방 15년이란 공백을 넘어 푼수가 됩니다.
죽음 앞에 태연하다가 갑자기 힘이 풀립니다. 술을 몇잔 마셨고, 유쾌하게 떠들었지만, 남편은 위염에 장염에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 약을 먹으면서 일에 끌려다닙니다. 밥도 안먹고,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을 보면서 미안해집니다. 어머님이 천식기가 심하여, 힘든 상태에서도 일을 벌이니, 푼수의 마음이 영 내려 앉지만, 사진이지만 색으로 보는 봄을 살짝 훔쳐보는 것 기쁨이고 즐거움입니다. 차나무 잎의 풋풋함, 재잘 재잘 떠들다가, 노래하다가, 간지럽다고 깔아지며 웃기도하는 아이들을 떠올립니다. 힘겨워도 사진의 표정에 상큼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사진은 유성용의 지리산 편지(http://crevasse.wo.to/)에서 얻음.
죽음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으면 좋겠습니다. 생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어린아이처럼 순한 눈망울로 예쁘게 그려보고 싶습니다. 곱게 늙어가고, 차곡 차곡 모아두었다가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 왔던 시간, 눈빛도 초롱한 느낌들로 준비해 놓고 싶습니다. 친구가 말 했던 홈페이지에 모아두자고 합니다. 천천히 발자취를 떠올려 기록하고 싶습니다. 발아는 한 씨앗이 썩어야만 가능합니다. 우리의 추억도 세월에 흘러 가슴에 피어날 씨앗으로 응집시켜야겠습니다.
어둔 마음으로 게시판을 보았습니다. 시가 올려졌더군요. 천상병님의 귀천입니다. 천상병님의 시집에 올려진 투박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살아감을 아름운 소풍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삶이라면 용기와 희망이 주거나, 포근하고 따뜻한 이야기였음 좋겠습니다. 웹 산책을 하다 발견했다는 시랍니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비교하면서 음미해보면 좋겠다고 권하더군요. 우리말의 깊은 맛과 정서가 잘 나타나 있는지, 아름다운 묘사가 잘 되었는지 영어가 서툴러 잘은 모르겠지만, 외국인이 눈물을 글썽였다는 설명도 적혀있습니다. 그래서 올려봅니다.
Back to Heaven
I`ll wll go back to heaven again.
Hand in hand with the dew
that melts at a touch of the dawning day,
I`ll go back to heaven again.
with the dusk, together, just we two,
at a sign from cloud after playing on the slope
I`ll go back to heaven again.
At the end of my outing to this beautiful world
I`ll go back and say: it was beautiful...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기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에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사진은 유성용의 지리산 편지(http://crevasse.wo.to/)에서 얻음.
봄에는 새싹이 돋고, 여름은 열매를 맺기 위해 불사르고, 가을은 열매를 맺습니다. 갈색이나 흑갈색, 알몸으로 버티는 억새가 속이 비어있음은 열매에게 모든 열정을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내 열매는 어떤 건지 아직은 모르지만, 내 몸으로 그린 수묵화는 투명하고 맑았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