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밀려오는 피곤함 그리고 졸음을 쫓으며
운전하고 있던 철이의 눈에
저 멀리 다운타운의 높은 불빛들이 보였다.
'음~~ 거의 다 왔군!'
집에서 한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아내 순이의 친구집에서
여고 동창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12시 넘어서야 무거운 엉덩이를 겨우 떼어내어 떠난 지
40 여분이 된 때였다.
옆에는 아내가 끄덕끄덕 졸고있었고, 뒤에는 두딸 (10살, 8살)과
아들(5살)이 쿨~쿨~ 잘 자고있었다.
'저들을 위해서 졸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철이는 피곤한 몸을 다시 추스렸다.
집에 무사히 도착해서, 차를 차고로 들여놓고, 철이는 식구들을 깨웠다.
"어? 벌써 집이야?"
"응. 애들도 깨워!"
짜증내는 애 셋을 겨우 깨우고, 순이는 평소대로 명령을 내린다.
"빨리! 빨리!
올라가서 이 딱고, 잠옷 갈아입고, 자라 !"
"O.K. Mom."
"이 딱는 거, 2분 이상 해야한다!"
"Alright~~"
차고를 닫고, 애들 짐가방을 안으로 옮겨놓고, 문단속을 한 철이도,
씻고서, 아내와 내기라도 하듯 침대 속으로 파고들었다.
얼마를 잤을까?
순이가 급하게 철이를 깨웠다.
"왜 그래?"
"누가 아래 층에 있는가봐. 무서워!"
"뭐?"
귀를 기울이니 '쿵~쿵~'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목 뒤가 섬뜻해지며 철이는 잠이 확 달아남을 느꼈다.
'도둑이구나!'
잠시 무서운 생각이 든 철이는 곧 이 집을 지켜야할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깨닫고, '소리'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침대에서 내려섰다.
"자기야, 총!"
"총? 아! 그래!"
사격이 취미인 철이는, 애들 손 안 닿게 깊이 넣어둔 권총을 꺼내고,
안전을 위해 따로 숨겨둔 총알을 찾아서 장전을 했다.
조심조심 아래로 내려가는 철이 뒤를 순이가 전화기를 들고 따라 나섰다.
"전화기는 뭐 하려고?"
"혹시 잘못되면 경찰에 전화해야지!"
(총을 든 남편이 잘못되면, 경찰에 신고할 시간이 있을까?)
아래층으로 내려간 철이는 그 '소리'가 큰 거실 (living room)을 지나
작은 거실 (family room)에 있는 차고와 붙어있는 문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알았다.
'도둑'이 집 안에는 없다는 걸 확인하고 조금 안심이 된 철이와 아내가
차고 문 쪽으로 가니, 문 저편에서 가늘게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누구지?'하는 의심도 잠시...
귀에 익은 소리에 문을 여니,
막내 녀석이 손에 빗자루를 들고,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채로
울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 엄마가 깨울 때 일어났던 녀석이 쏟아지는 잠을 못 참고,
다시 쓰러져 잠이 들었고... 엄마, 아빠, 누이들은 그것도 모르고
안으로 들어가 잠이 들고... 뒤늦게 깨어난 녀석이 깜깜한 차고 안에서
용케도 문 까지 갔지만 잠겨있어 들어오지 못하고...
손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문 옆에 있던 빗자루로
문을 두드리다, 무서워서 울다가... 그러기를 거의 한시간...
그때서야 엄마가 그 소리에 잠을 깬 것이었다.
"에구~~ 불쌍한 것! 미안해라!!"
눈물을 글썽이며 순이가 두 팔을 벌리자,
엄마에게 안기던 녀석이 철이의 손을 보더니
눈이 둥그레지며 묻는다.
"Dad? Is it a real g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