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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꽃>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영원한 적인가?


BY 나리꽃 2000-06-26

아줌마닷컴에 가입한지 아직 열흘이 채 안된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분당아줌마아지트에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느라, 오늘에서야 아줌마닷컴의 이곳저곳을 서핑할 수 있었다.
거기에서 발견한 또 다른 아주 놀라운 아지트. 고부갈등아지트.

며느리도 아들을 장가보내면 누구나 언젠가는 시어머니가 되는데......
나역시도 시어머니때문에 남편과 하마트면 이혼까지 할 뻔한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마 그때의 그 아픔은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고, 어쩌면 관뚜껑을 덮는 순간까지도 그럴 것이다.

남편과 나.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끝에 만나고, 또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었다.
나보다 2살이나 어린 남편. 내 남동생과 동갑이다.
연하의 남자와 결혼하게 되는 다른 사람의 경우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우리 커플도 남편의 열렬한 구애덕에 성사되었다.
외아들인 남편은 나와의 결혼을 반대하면 '죽어버리겠노라'고 부모를 협박했고, 3대 독자를 잃을 수 없는 나의 시부모님은 마지못해 우리 결혼을 허락하셨었다.

난...... 그 결혼을 그저 관조했다. 그와 살면서 겪게 될 순탄치 못할 미래에 대해 난 몹시 걱정스러웠고, 무엇보다도 그의 뜨거운 사랑이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혼. 그랬다. 모든 것이 내 불길한 예감을 조금도 비켜가지않고 시어머니의 날카로운 감시아래 살아야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우리 시어머니. 외모상으로는 거의 이희호여사와 흡사하다. 누가 봐도 편안한 이미지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분이라고 할 정도로 냉정함이 뚝뚝 묻어나시는 분위기다.
성격? 글쎄...... 난 정말이지 그 분처럼 예민하고 날카롭고, 불편한 분은 처음이었다.

남편은 그런 시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무척 혼란스러운 듯 했다.
밤이고 낮이고 전화로 "애비좀 건너오라고 해라" 하시곤 뚝 끊으셨다. 남편은 자고 있다가도 이 호출을 받으면 옷을 주섬주섬 줏어입고 시댁으로 가야했다. 그것도 혼자서만!

그러시는 데에는 대단한 이유도 없었다. 단지..... 아들이 나를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 보기 싫으셨던 거다.
남편은 그런 생활이 결코 우리의 결혼생활에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부모에게 이런 자기 생각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시어머니는 내 남편이 날 싸고돈다시면서 남편의 친구까지 꼬드겨 우리 사이를 염탐하고.......온갖 방법을 다해 우릴 헤어지게 할 구실을 찾으셨다.

내 사촌오빠가 정신과의사다. 하도 답답해서 오빠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심한 피해망상증세와 히스테리가 거의 치료불능의 상태까지 간것 같다고 했다.
남편과 나는 사촌오빠의 소견을 듣고는 너무도 절망했다.
그렇게 거의 3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겪어야했던 시어머니와의 전쟁........ 정말 악몽이었다.

그리고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린 절대로 헤어지지않았다. 아니, 남편과 나는 그 일을 계기로 더욱 돈독한 애정을 쌓게 되었다.
우리가 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명분을 찾지 못했던 나는 그의 굴하지않는 사랑앞에 깊을 감동을 했다.
그야말로 그제서야 비로소 남편을 진정한 내 남자로, 내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다.

남편과 나. 우린 시어머니와의 삶에 타협점을 찾았다.
가까운 곳에 살고... 주말은 무조건 함께하고, 되도록이면 시부모의 의견을 따라주고..... 시부모에게 돈 아끼지 않고....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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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부갈등아지트에서 남들이 올린 글을 다 읽어보다보니, 새삼 그 옛날이 떠올라 눈물이 날 뻔했다.
마침 남편이 전화를 했길래..... 그에게 사랑한단 말을 해줬다. '웬일이야?'하며 입이 귀에 걸린 모습이 선한 그의 반가움이 잠시 날 위로해주었었다.

나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가 결혼하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가 될텐데....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않을거야. 나는 절대로 아니야.
몇번, 몇백번, 몇천번..... 마음속으로 맹세하고 또 맹세해본다. 나의 이 아픈 기억을 난 나의 며느리에겐 절대로 나눠주고 싶지 않다.
난 오로지 내 며느리를 사랑만 할 것이다. 오로지 사랑만!!



나리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