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지 6개월이 넘어간다.
댓바람이 몰아치듯 직장생활에, 집안일에 창밖 내다볼 여유조차
없던 총체적 난국(^^)이 도미노 쓰러지듯 다 해결되고 나니
늦은 오후 딸방을 치우며 창밖도 내다본다.
이제 갖 6살이 된 여자아이는 모아야할 것도 많다.
하다못해 귤 한 박스를 하고 나면 "엄마 그 박스 버리지마 ! 그거 집 만들거야." "엄마 그 참치캔 버리지마 내 장난감 넣어둘거야" 등등
꼬깃 꼬깃 추상체로 써둔 쪽지부터 안방에서 훔쳐다 나른 립스틱까지 그야말로 아이의 아지트다.
이 집을 사기로 마음먹었떤 것은 고층인데다 전망이 좋아서 였는데 정작 전망 감상하고 있을 똥여유가 내겐 없었다. 이제 그 여유라는 것을 좀 후려볼 생각으로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딸방 베란다를 열고 나가 창밖을 보니,, 앗~~ 이럴 수가.
내 모교, 내 인생에 잊을 수 없는 4년을 모교가 전부 보이는게 아닌가? 아,, 이런 감격이~~ 강의동도 보이고 일이 있을때마다 젊음을 불러모았던 광장도 보이고 공부하는 척하느라 왔다갔다 했던 도서관, 학생회관, 예술관, 공학관... 놀랬다. 졸업한지 10년이 다된 내 모교가 바로 내 곁에 있었다니.
한꺼번에 파도가 밀려들면, 갑자기 깊은 물에 빠져 높아진 수압에 정신을 못차리듯, 난 4년이란 높은 수압속에 허우적이며 마구 밀려드는 추억을 챙기느라 가슴이 벅찼다. 벌써 10년. 아~~
함께 했던 사람들과,, 그 사람들과 부대끼며 만들었던 일들과
또한 손써볼수 없던 젊음의 혈기와 방황, 그리고... 어머니...
무거워져서, 이 무거운 추억의 짐을 좀 내려놔야 하겠다.
조금씩 조금씩 모니터를 마주하고 고해성사하듯 풀어놔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