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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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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떠나기


BY 지란지교 2001-03-19

얼마전 친구의 시부께서 세상을 달리 하셨다.
평생을 돈 한푼 쓰는일에 벌벌 떠시고, 일일 3찬이상 올라오면
버럭 역정을 내시며 3찬이상 상에서 내려놓으라고 호통을 치시고,
옷이며 구두는 기본이 2~3십년 이상을 착용하셨다고 한다.
생신때 자식들이 갹출해서 돈좀 들었겠다 하는 선물은 일찌감치
돈으로 바꿔와야만 했다는 분이다.

돌아가시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다가 그냥 주저 앉아 마구 마구 울었단다.
너무도 가진것 없이, 정말 아무것도 없이 사시다가 돌아가신 시부의
생활에 그냥 울컥 해져서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친구는 중간에 끼인 며느리인데 맏동서나 손아래 동서나 자신이나
시부께서 원하지 않으셔서 각각 살림을 살았는데, 함께 사시는 시모의
고생이야 말로 못해서 그냥 시모가 불쌍하다고만 생각했었단다.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하는 말로 죽어서 싸가지고 갈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못 쓰시나....
시모의 불평도 불평이지만 남들의 시선에 자식들의 입장이 괜히 난처하고 제대로 시부모 공양도 않하는 후레자식소리나 듣지 않을까 걱정
도 했단다.

온 몸에 살집이라고 전혀 없이 깡마른 시부의 시신을 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쩌면 저렇게 살고 가시면서 한세월 조금의 주저함도
없으셨을까...생각했단다.

살아가는 방법이야 각자의 차이겠지만,
그렇게 물려주고 가신 재산을 세집이서 나누었어도 꽤 되었다고 한다.
큰 아주버님의 제의로 각자 얼마만큼의 지분을 떼서 시설에 기증하고
나머지는 가지고 있는데 쳐다보고 있으면 눈물이나고 시부의 모습이
어른거려 어찌할 줄 모르겠다고 한다.

얘기를 듣고나니...
요즘 유산 안물려주기 운동이라든가, 자신의 재산중 1%를 기증한다든가 하는 운동이 생각났다.
물론 그 친구의 시부께서 직접 시설에 기증하시겠다는 뜻을 밝힌것은
아니지만, 평소 그 분은 어려운 사람에게는 두 말없이 도와주셨다는걸
기억한 자손들의 뜻이니 그 뜻을 쫓은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에게는 얼만큼의 마음이 열려있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너희들 대학까지만 뒷바라지하고 나머지는 너희 힘으로
살아라고 남편과 얘기하고 있다.
나눈다는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그 뜻을 되새겨 볼일이다.

가볍게 떠난다는 것에 가치를 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