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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죽음


BY dansaem 2002-02-20

어제 저녁에는 두 군데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한 분은 제 친정 종조부님이시고
한 분은 평소 알고 지내던 선생님의 사모님이십니다.

먼저 종조부님을 뵈러 갔지요.
밖에서 제부를 만나 신랑이랑 셋이서 들어갔는데
빈소에 들어서서 영정을 보고
상복을 입고 계신 당숙님들과 제 아버지를 뵈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오더군요.
어릴 때부터 시골 한동네서 같이 살았으니
알게 모르게 쌓인 정이 있었나 봐요.
평소에는 별로 오가는 일도, 별스럽게 대하는 마음도 없었건만
돌아가신 뒤에는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움이 큽니다.

거기에서 저녁을 먹고 두어시간을 보낸 뒤
일어나 다른 병원에 또 들렀습니다.

돌아가신 그 사모님,
항상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대해주시며
무척 자상하고 점잖으신 분이셨습니다.
사진속에서 웃고 계신 모습이
생시와 너무 똑같아서,
그 모습이 너무나 생생해서
또 다시 눈물바람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아이들 학교도 다 시키기 못했고
출가도 하나 못 시켰는데
그 아이들 눈에 밟혀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요?
상복을 입은 앳된 얼굴을 대하니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몇 해전 자궁암 수술을 받으시고
건강을 회복하시는 듯 하더니
결국 힘들고 긴 투병생활을 이겨내지 못하시고
먼길을 가시고 말았습니다.

지난 해 여름이던가,
5일장이 선 장터에서 만나뵈었을 때는
항암치료로 흉하게 된 머리를 가리려 모자를 쓰고 계셨지만
그 밝고 환한 모습은 여전하셨는데...

병원으로 한번 찾아뵙지도 못한 게
끝내 맘에 걸리는군요.

아이들 셋 데리고 다니기가 쉽지 않더라는 말은 변명이겠지요.
여러님들!
주위에 병상에 계시는 분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찾아보세요.
미루다 보면 후회하게 됩니다.

종조부님은 사실만큼 사시고
큰 고생 안 하시고 가셔서 그나마 호상이라고들 하더군요.
호상(好喪)-
죽음과 좋을 호자가 함께하는 역설이라니!

사람이 태어나서 남들만큼 살다가 편안하게 죽어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자연의 섭리,
죽음이란 그 섭리에 순응하는 것일 뿐
그다지 슬프지도, 아쉽지도 않은 것이라는
조상님들의 생각이 그런말을 만들었겠지요.

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아쉬움과 슬픔과 그리움을 어쩔 수 없어 아파하지요.
저야 잠시 마음이 아플 뿐이지만
그 가족들은 그 그리움을 어떻게 할는지...

아무리 미웠던 이도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고 그리움이 되기도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어떻겠습니까?
살아가는 동안 정말 그런 가슴아픈 이별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일, 알 수 없는 것이지요.
누구라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테니까.

정말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이
가벼이 넘길 농담이 아니군요.
우리 모두, 있을 때 잘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