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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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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과의 전쟁


BY 분홍강 2002-02-19

요즘 나도 눈치 채지 못하도록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젠 여기가 내집이다'하듯이 살들이 허리 주변으로
빙 둘러 앉았다.

워매~
그래도 얼마전 까진 자칭 타칭 그래도 한 몸매 한다고,
다이어트는 나하곤 거리가 먼 나라의 일쯤으로 여기곤
흰소리를 쳤었는데 이젠 누구도 부인 할수 없을 만치
얼굴 좋아졌다는 얘길 종종 듣고있다....ㅠ.ㅠ

여자한테는, 더구나 아직은 생생하다고 믿고 있는
여자에게 얼굴 좋아졌다는 말은
곧 살 쪘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아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겉으론 생글거리며 태연한척 웃고 있지만
속으론 위기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어쩌다 외출할 일이 생길라치면
바지란 바지는 죄다 아랫배에서 더이상 올라 올줄 모르고
내 숨을 졸라 매어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곤 그나마 아직은
나를 배신하지 않은 스커트를 걸치고 나가면
사람들은 모두 왠일로 스커트를 다 입느냐며
속타는 이내 맘도 모르고 여성스러워 졌다며
가슴 아픈 말들만 여기저기서 해댄다.

급기야~
이대론 안되겠다며 운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곤
미니스탭퍼라고 하는 자그마한 운동기구를 구입했다.


내 꼭 열심히 운동해서 이전의 쭉쭉빵빵(??)한 몸매를
되찾겠다고 남편과 딸아이한테 큰소리를 쳐 놓고
운동기구만 오면 모든것이 이 뇨자가 원하는 대로
될 줄 알고 물건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드뎌,
택배로 물건을 받고 풀자마자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게 첨엔 그래도 그리 힘들지 않길래
TV 볼 때, 음악을 들을 때 수시로 하려 했건만
한 10분 정도 경과 하니 다리가 굳어지며 식은 땀이
흐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게
내 다리가 도데체 남의 다리처럼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었다.

처음 결심한 마음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다이어트고 늘씬한 몸매고
다 귀찮아 지면서 그대로
이불 바닥으로 몸을 뉘이고 말았다.
결국 죄없는 남편과 딸아이한테
뭉친 다리 주물러 달라며 팔운동을 시키고....

10분 운동하고 지쳐 쓰러져 한 두시간을 내리 자고 나니
남편과 딸아이 한테 큰소리 쳐댄것도 민망하고....
첨에 운동기구 살 때 남편이 말리던 것이 생각나면서
얼굴 팔리고 .....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지속적인 살과의 전쟁을 펼쳤지만
10분을 못넘기고 바닥으로 다이빙하길 수차례 하다
지쳐버려 그대로 실신(?)한 채로 널부러져 버리고 말았다.
ㅠ.ㅠ

결국 운동은 포기하고 천덕꾸러기처럼
운동기구는 한구석으로 쳐박히는 신세가 ?榮?

가끔씩
살 땜시 고민이라는 말이 무심코 말이 나올 때면
거실 한 귀퉁이에 얌전히 자리 잡고 있는 기구를
남편은 물끄러미 쳐다보며
그러게 뭐하러 샀느냐는 안됐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흐~미
결국 운동이고 뭐고 꼼지락 거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이번엔
독한맘 먹고 식이요법으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저녁밥은
안 먹겠다고 겁도 없이 또 결심을 했다.

처녀적엔 밥도 잘 굶고 한끼만 굶어도 몸무게가 표가 나게
줄곤 했던 기억이 있는지라
이것만은 꼭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침 점심은 어찌 좀 참아보련만
저녁식사 시간만 되면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부여잡고
음식과의 전쟁을 하기가 결코 녹녹지 않았다.

어제는 낮에 먹은 음식이 저녁 나절까지
그대로 소화가 되지 않아 음식유혹을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곤
저녘은 건너 띌 요량으로
모처럼 휴일 별식으로 낙지볶음을 했다.

소쿠리에 낙지를 넣고 박박 문질러 뻘을 씻어내고
콩나물,양파,당근,양배추,미나리등
갖은 야채와 고춧가루와 갖은 양념을 넣고
센 불에 재빨리 볶아 통깨 솔솔 뿌리고
가볍게 참기름을 둘러
보기좋게 접시에 담아내니
그야말로 내가 봐도 너무나 먹음직스러웠다.

고소하고 매콤한 낚지볶음을 식탁으로 가져가니
모처럼 오신 친정식구들과 남편은
연신 맛있다는 말을 하시며
빨리 와서 같이 먹자고 하신다.

지금은 다이어트 중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묵묵히 필요한 것들을 식탁으로 나르고 있던 나.~

아뿔사~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그자리에 같이 끼어 앉아 뻘건 낙지볶음에
뜨거운 밥을 비벼 내 입으로 가져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

아니~!
속으론 '안돼~'를
부르짖으며 한숟갈만,한입만을
되내이면서도 손은 계속해서 숟가락질을 멈추지 못하는 나.~ ㅠ.ㅠ

우이~쒸~!!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낼부터는 꼬~옥 ,기필코
살과의 전쟁을 하리라~~
생각하곤 밥 두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놀라운 식욕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럴 땐
정말 가족의 식사를 담당하는 주부라는 위치로 인해
자꾸만 결심이 흔들리니
언제쯤이면 그토록 원하는 쭉쭉빵빵한 몸매로 돌아가서
장농속에서 잠자고 있는 예전의 그리운
옷들과 상봉을 할지...

그래도 겨울엔 어찌어찌 옷으로 요리조리 튀어나온 살들을
숨길 수나 있었지
봄이면 이젠 옷으로 커버하기 곤란한일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일것이고....

앞으론 험난한 가시밭길(??)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ㅠ.ㅠ;;

오늘밤에도 음식냄새가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