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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원에 담긴 아버지의 깊은 뜻


BY 산아 2002-02-17

주말이라 집에 있기 갑갑하여 남편에게 전화로
퇴근을 바로 친정으로 하라고 하고 막내도련님집에
가신다는 시어머님께 친정간다고 말씀을 드리고
나들이 준비를 하였다.

며칠전에 가족들수대로 속옷을 사면서 시어머님과 똑같이
친정엄마 속옷까지 사두어 놓은 것이 있어서
가방에 넣고 애들을 데리고 오랫만에 버스를 탔다.
친정이라고 해보아야 집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이니
시내나가는 것보다 가까워서 오고 가는데 부담이 없어서 좋다.

주변에 산이 있는 아파트에 살아도
역시 시골바람은 느낌부터 다르다.
애들도 기분이 좋은지 차창밖을 내다보면서
연신 싱글벙글이다.
큰애는 우리부부 직장관계로 시골친정에서 한 4년을 자라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친할머니보다 더 정들어서 시골가는 것을
꼭 어른들 고향가는 것처럼 좋아한다.

며칠전 설 전날에도 친정에 갔다와서 특별한
목적은 없었지만 사실은 아버지 과수원에
우리가족이 심어놓은 과일나무들이 겨울을 잘 견디어 내고
봄은 잘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보고 싶은 내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었다.

하지만 오후3시에 시골에 도착하여 이야기좀 하다 보니
금방 4시가 넘어가고 바람이 조금 세게 일어
엄마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둘째 때문에
결국 과수원에 가는 것은 포기하고 말았다.

아버지께 과수원 과일나무들의 상태를 물으니
이미 가지치기를 다 끝내놓으셨다고 하면서
언제 너희들이 과일나무 가꾸었니? 하고 되물으신다.

사실 우린 아버지 과수원에 과일나무만 심어 놓고
저절로 때가 되면 과일이 열리는 구나 하면서
낼름낼름 열매만 따먹은 얌체자식들이다.
그 동안 아버지께서 거름도 주고 열매도 솎으시고
하시면서 다 가꾸신 줄도 모르고.

햇수가 오래되지 않는 아버지의 작은 과수원은
사연이 있는 과수원이다.
친정아버님 나름대로의 깊으신 생각에서 만드신 것이었다.

한 8년전쯤 오빠와 나, 여동생을 출가시키고
손자 손녀들이 하나 둘 생기자 친정아버지께서는
느닷없이 아담한 밭을 하나 골라 포크레인으로 다듬으시더니
밭에다 전부 배나무를 심으셨다.
연세가 들어 이제는 일을 두려워하는 친정엄마는
조그만 과수원도 일이 얼마나 많은데 왠 망령이냐고 하시면서
배나무 심으시는 것을 말리셨지만
아버지는 고집대로 밀고 나가셨다.

그 당시 아버지께서 주장하시는 말씀은
"손자 손녀들 커서 시골에 오게 할려면 오는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엇다.
시골에 조그마한 과수원이나 하나 있으면 애들이
커가면서 꽃도 보고 열매도 보고 또 과일 익으면
먹으러도 오고 생각만 해도 얼마나 행복하겄냐고."

그렇게 해서 아버지의 과수원은 만들어졌다.
또한 아버지께서 당신 자식들보고 과수원 둘레에
자식들이 좋아하는 과일나무들을 직접 사오게 하고
또 직접 심으라고 하여
큰 딸인 우리 가족도 4년전에 과수원둘레에
복숭아 나무2그루, 감나무4그루, 자두나무2그루, 대추나무3그루
포도나무등을 심었고 수확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리하여 친정아버지께서는 해년마다 철철이
자두며 포도, 복숭아 감, 배 등을 수확할때마다
자식들보고 전부 모이라고 하신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야 시골에서 싱싱한 과일
먹는 재미에 얼씨구나 하고 우르르 몰려간다.
사람마음이 요상한 것이 직접심은 나무에서 딴 과일들은
왜 그리도 달고 더 이쁘고 의미가 특별한지
정말 맛있었다.

애들도 이 나무가 우리가 심은 나무구나 하면서 직접 과일을
따니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고.
어찌되었던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에게 시골오는 재미를
주고 싶다는 친정아버지의 깊으신 생각은
성공하였고 자식들을 더 깊은 우애로 단단히 묶어주었다.

이제는 친정엄마도 아버지의 깊은 뜻을 아시고는
당신이 먼저 말씀하신다.
올해에는 매실나무, 석류나무, 단감나무몇그루 등을 더
사다 심어야 겠다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 친정엄마는
저장해놓은 배며 배즙등을 또 한보통이씩 싸주신다.
당신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우리가 반이나 알까?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10분의 1만 하여도 효자라 했는데.
그 10분의 1도 못하고 사니.

돌아오는 차속에서 신랑이 애기를 한다.
조만간 다시한번 시간을 내어야 겠다고.
상상만 해도 즐겁다.
형제들 그리고 애들 전부 모여 과수원둘레에 과일나무을 심는 모습이.

새삼 친정아버지의 깊으신 생각이 너무 너무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