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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부부 43 ( 멋없는 아내 )


BY 올리비아 2002-02-15

명절연휴 마지막날..
남푠은 마치 무신 계엄령 선포하듯..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알쥐??"

나를 제외한 여자들..
"발렌타인 데이~~"

"칫!! 나이먹은 사람이 애덜처럼 유치하긴~~"

그렇게 며칠의 설 연휴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며칠 못잔 잠을 자려는데
큰딸애는 쵸코렛을 사러 친구들 만나기로
했다면서 외출준비를 서두른다.

이불속에서 혼자 잠시 고민중..

음..피곤해서 문밖에 나가기도 귀찮고..
큰아덜은 집안의 여자들에게 쵸코렛을
받겠다고 계엄선포까지 했으니..쩝
에이~ 할수 없지뭐..시늉이라도 내야지..-.-

"야~수린아 너 나가는김에 엄마것도 좀 사와라.."
"알써..어떤거로?"
"있지 슈퍼에 가서 가나쵸코렛 500원짜리루 두개 사와.."
"엥?? 아빠한테 그거 주게?"
"웅..종류별로 사와..아님 300원짜리 세개 사오든지.."
"넘.. 심한거 아냐.."
"됐어!!"

그러며 난 딸아이에게 천원을 주며 한마디 외쳤다.
"야~ 너두 괜히 거 비싼거 사지마~"

어느눔의 자슥이 이런날을 만들어 가지구
이렇게 영악스런 쵸코렛 장사를 하는겨...

이거 법정싸움해야 되는거 아녀?
남녀사랑을 빙자한 쵸코렛장사...ㅋㅋ

허긴 뭐 일부러도 사먹기도 하는데..
이렇게 의미를 두고 선물하면 나쁠것도 없지.^^

하여간 그렇게해서 우리집 여자덜
어제 총동원 된 각양각색의 쵸코렛들..
막내딸도 한몫 끼어서 문방구표 300원짜리 쵸코렛까지..

그런데 그날 저녁 딸아이에게 심부름 시킨
쵸코렛을 건네 받고는 왠지..좀 보기가 그렇다..

제과점가서 싸고 좀 이쁜걸 고를걸 그랬나..쩝..
아무래도 안 되겠네..어떻게 손 좀 봐야 되겠는걸..

두개의 쵸코렛을 묶을 장식용 끈도 없고..
흠..그래 포장종이를 이용해보자..

그러며 난 가위와 금박색깔의 종이 포장지로
얇은 끈을 만들어 십자모양으로 묶으니 한결 나아 보였다..

마무리로 리본모양을 만들어 풀로 붙히고..
드뎌 완성..어흠..좀 봐줄만 하군..ㅋㅋ

그렇게 포장한 쵸코렛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애들아 어때? 이쁘지??ㅎㅎ"
"엥..증말 허접스럽다!!ㅋㅋ"
"메야...."

그러고 보니 좀.. 그러네..
왠지 좀 빈티가 나면서리 애처럽기까지..ㅠ.ㅠ

하여간 그날 밤은 오고.. 드뎌 주인공이 왔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들의 쵸코렛과 함께
내것까지 건네주자 입이 헤~하고 벌어진 남푠...
"고마버~~고마버~~^^"

그렇게 남푠은 아이들에게 건네받은 쵸코렛을 안고
거실에 빙그레 둘러앉아 하나하나 선물포장을 뜯어본다..

"이건 누구꺼?"
"내꺼.."
"흠..맛있다..야~ 너두 먹어봐.."
이러며 하나뜯고 맛보고..하나뜯고 맛보고..

그러던..울 남푠..드뎌..
나의 그 허접스런 쵸코렛을 보더니..

"이건.. 누구꺼냐?"
"엄마꺼!!"
"엥?"

나 곁눈질로 쳐다보며..

"왜? 맘에 안들어??"
"야..이기 모~냐?"

그러며 종이테잎을 마치 노끈마냥 풀어 보려는듯
남푠 손길이 슬쩍 닿자마자 똑 떨어진 리본끈..(헉@ -.-;;)

우리집 여자들..
"우헤헤헤.."

"야~~너 넘 심한거 아니냐?"
"모가?"
"정성이 없잖아.."
"핏!! 정성이라니 그 종이끈으로 그렇게 만들기 쉬운줄 아냐뭐.."
"...."

아무래도 안되겠다..노끈이 어딨드라?

난 마치 봉숭아학당의 맹구가 피리찾아 허우적되듯
쓰레기통을 막 뒤지며 금방 버린 큰애 쵸코렛상자에
묶였던 노끈을 찾아 내 목에 이쁘게 묶었다..(에휴~)

"자~ 내가 바로 선물이야..어때? 히히..^^"
"뭐?? ㅋㅋㅋ"
"나만큼 크고 맛있는 쵸코렛 봤어?"
"으흐흐..못 봤지~~ㅋㅋ"

에휴~~위기 모면..ㅎㅎ

"애들아 이거 냉장고에 넣어놓고 너희들 먹어라.."
"네~"

그러며 둘째녀석이 일어나면서 한마디 거둔다..

"엄마 참 불쌍하다.."
"왜?"
"엄마쵸코렛은 아빠가 먹어 보지도 않네?"

"엥? 그러고보니 그러네..증말 자기 넘 심한거 아냐?"
"흐흐..야 너가 쵸코렛이라며~~"
"엥?.."
"있다가 잘때 먹을께..^^"

켁@@@@@
내가 미텨@@
제무덤 제가 팠구나..어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