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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는 얘기 -(26) 아내의 기억


BY 하늬바람 2002-02-15

남편이 어느 날 저녁 신문의 도난 기사를 읽고 난 다음 중얼댔다.

"사람이란 도둑질을 하게 되면 일생 동안 그걸 후회하고 살게 되는가
보오."

그의 아내가 수줍어하면서 대꾸했다.

"여보, 우리가 결혼하기 전에 당신이 저에게서 훔친 키스는 어떻게
생각해요?"

"···지금 내가 말한 것과 마찬가지요···."

하고 남편이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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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usband remarked one evening after reading a news story about
a robbery : "If a man ever steals, he'll always live to regret
it."

His wife replied coyly : "How about those kisses you stole from
me before were married?

He answered : "···like I sa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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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봄에 선을 보고 그 해 겨울에 결혼을 했다. 그런데 이 여자가
도무지 빈 틈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선보기 전 키스의 경험은 없고
어떻게 입술을 훔치긴 훔쳐야 하겠는데 장소와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
다. 그래서 상당한 노력과 음모 끝에 드디어...지금 생각하면 좀 더
무드 있는 곳에서 첫 키스를 연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훔친 사과가 더 맛있다고 기막히게 연출한 키스
는 남이 보기에 더 맛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실제는 그렇지 않을 것이
다. 얼떨결에 훔친 입술이 평생의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결혼식장에서 함께 서 있는 신랑 신부를 평생 사랑하며 살겠다고 말하
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함께 살며 세월이 흐르고, 모
진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이 사람과 한 결혼이 잘못이 아닌가 하
는 생각들을 하게 되나보다. 그래서 심지어는 영영 헤여지던가, 아니
면 상대편을 '원수같이' 여기지만 자식 때문이라든가 하는 등등의 이
유로 한 이불 속이 아니라 한 지붕 속에서 마지못해 살고 있는 부부
도 있다.

세월따라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처음처럼'이란 말이
있듯이 우리 부부들이 처음 연애할 때, 처음 결혼해서 꿀맛 같았던
신혼시절을 생각하면 현재의 아내나 남편들이 정말 좋은 사람이란 것
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다시 태어나면 현재의 남편, 아내와 다시 결혼하지 않겠다는 부부들
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으며 그 완벽한 사람이 불완전한 자기와 과연 결혼을 해줄 것인가
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현재의 상대방에게 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즉 별수 없는 자기를 선택해서 평생을 살아
주는데 대해 서로 감사한다면 현재의 결혼 생활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
까 해서 주제넘게 몇 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