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51

느네집만 가고 우리집은 안가냐?


BY 물안개 2002-02-13

초하루 아침 일찍 일어나 남편깨우고 아들들 깨우고 부산을 떤다,

개포동에 있는 큰댁으로 차례를 지내러 가야하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차가 막혀 30분도 안걸려서 갈수있는데 밀리면 2시간도

걸린다.

옷들은 전날 챙겨 놓아 순조롭게 입었는데 매고자 하는 넥타이가 보이

지 않아 남편것 찾아주고 나니 큰아들넘도 다른것 달라고....에고고

가뜩이나 이번 감기 이후로 정신이 없어 금방 들고 있던 것도 어디다

놓았는지 가물가물.....

큰댁에 도착하니 우리가 선착순,

옷갈아 입고 앞치마입고 주방으로,

과일 씻고 밤,대추,곳감, 명태포,한과,떡,부침게, 목기에 담을수

있도록 식탁으로.....

아들들은 병풍 꺼내고 돗자리 깔고 목기 꺼내고.....

다음은 재수 그릇 꺼내서 씻고,

20년 넘게 제사때나 명절절때 해오던 일이라 그릇은 어디있고 과일은

어디있는지 내집 처럼 환하다,

하나둘 모여든다 작은아버님 내외 사촌내외 조카, 둘째 형님 내외

조카딸,세째형님 내외 조카둘,다음으로 이집에 아들이자 장조카

내외 손자둘,

아니!

이웃에 사는 이댁 맏딸이 사위와 손녀 이제막 100일 지난 손자를

대동하고 오는게 아닌가,

"아니 시댁에 안갔니?"

"예 우리는 양력설세요"

부지런히 차례를 지내고 아이들이 기다리는 세배.....

난 집에서 갈때 대충 새배돈 줄사람을 세어보고 배추잎을 신권으로

바꿔 갔는데,

생각지도 않은 큰딸이 왔으니 배추잎 3개는 계산 착오?

아니!

이게 왠일?

이제 돌지난 장조카 손자는 세배돈을 제외 시켰는데....

이녀석이 지애미가 석아 세배, 세배, 하면 넙죽 엎드려 절을 하는게

아닌가?

그녀석 재롱에 집안은 온통 웃음바다가 되고 웃음댓가는 생각지도

않은 배추잎 한장.....5000원 짜리도 바꿔놓을걸,

세째 형님내와 우리는 부지런히 챙겨서 거동이 불편하셔서 못오신

어머님에게로,이리 저리 지방 도로를 타고 충청도까지 밀리지도 않고

잘도 가는데 고속도로는 꽉막혀서 걸어가고 있으니....

저사람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어머님 돌봐주시는 분이 설세러 가지않고 계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아주머님 손을 잡고 감사함을 전하고 어머님께로.....

우리어머님은 올해 89세로 아직도 쌍커풀 수술을 하고 싶어하시는

삶에 의욕이 아주 강하신 분인데....

요즈음 편찮으셔서 눈도 뜨시지 않고 기력이 쇠퇴 하시다.

대변도 받아 내야하고 소변도 화장실 가기전에 옷에 모두보시니,

저아주머님이 아니면 며느리들이 해야 하는데 큰일이지 싶다.

연로하신 어머님을 뵈면서 사람이 죽는날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죽을

수는없을까?

늦은 점심을 먹고 둘째 작은댁으로....

작은 아버님은 ?p년전 작고 하시고, 작은 어머님만 계시고 아마도

자손들이 와 있겠지.

작은 어머님께 세배 하면서 용돈쓰시라고 봉투에,넣어드리고

얼래래 아니 이댁에 손자,손녀가 이렇게 많은감,

이댁에서도 계산 착오.

어머님댁으로 오니 딸들이 서울에서 도착,7남매중 4남매가 모였으니,

집안은 온통 설분이기로....

이방 저방 보일러 팡팡 돌리고 군불 지피는 방은 내가 가서 군불을,

그방은 원래 여성 전용 찜질 방이다.

얼만큼 때야 따듯한지 알수없으니 무조건 장작을 넣고,

장작불 꺼진 다음 숯을 조금 부셔서 위에 재를 뿌리고 은박지에 싼

고구마를 넣고 아궁이 문을 닫아놓고....

한참 있으려니 방한가운데 장판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얼래래 이를

어째?

장판이 타고 있는게 아닌가?

얼만큼 때야 되는지 감을 잡을수 없어 조금 땐다고 때는데.....

방바닥은 발을 딛일수 없고,

결국 물을 대야에 받아다 식히고....

으~~음 고구마가 익어남?

어디보~자,

워매매 세상에 내가 군고구마 장사 해도 되것네,

하나도 타지않고 물렁물렁하게 잘익은 고구마는 껍질도 잘벗겨지고

모두들 배불러서 안먹는다고 하더니만 맛있다고 더없냐고....

세째 시누이 내외는 이제 결혼한 딸이 세배 온다고 가겠다고,

우리들은 전화해서 내일 오라하고 자고 가라며 붙들었건만,

뿌리치고....

시누이 떠나고 한시간쯤 대문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이일을 어째?

철없는 것들좀보소 시누이 딸내외 부모님 놀래킨다고 전화도 안하고

외할머니댁으로,

이런 황당함을 어찌할꼬?

핸드폰으로 이곳에 왔노라 알리니 시누남푠 화를 내고,

밥먹여 보내려고 준비하다 세배만 받고 주섬주섬 먹을것 싸서 서울로

보내고,

장판이야 어찌되건 밤새도록 찜질 잘하고 아침 일찍 서울로,

이제또,인천에 계신 친정 부모님께 세배 가야 되는데....

어제밤 코가 삐뚤어 지도록 마신 울남편 운전하고 오느라 피곤하다며

눈좀 붙이고 간다더니 아직도 쿨쿨,

흥!

느네 집만 가고 우리집은 안가기냐?

기여코 깨워서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