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정월 초 하루.
이른 아침부터 준비를 한다고 했어도 큰댁에를 도착하니 벌써 8시가 넘어있다.
" 어떻해? 어떻해? "
동동거리며 큰 댁에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시사나~ 마사나...
그때까지 큰집에서는 아무런 준비도 없고 잠자리의 이불은 그대로 펴져있다.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퍼져 누워 있다보니 하나, 둘... 시동생과 동서들이 들이닥친다.
그때부터 고연히 바쁜척 부랴부랴 서둘러본다.
남들은 모두 차례지내고 성묘길에 올랐을즈음에.
우리네 유씨의 차례는 끝이났고.
친정이 있는 동서들은 서두는 기색이 역력하다.
( 그려! 갈곳있는 친정이 있는 자네들은 좋겠다 )
부러움과 시새움에 물끄러미 그네들의 뒷모습만을 본다.
세뱃돈대신 준비해간 문화상품권을 한장씩 주었지만.
세배는 받아보지도 못하고.
어린 조카녀석들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들은채
( 왜? 현찰이 아니니까 )
난 다섯째 동서부터 배웅을 해야했다.
" 형님 먼저 갈께요 "
" 그려, 부러버이~ 잘 다녀와 "
동서를 배웅하고 돌아서자 요번엔 세째동서가 서두른다.
" 형님 저도 가요 "
" 그려~ 자네도 잘 가시게 "
그렇게 하나씩 둘씩 보내놓고 나니
형님내외분과 우리네 세식구만이 남는다.
" 동서는 어디안가? "
묻는 형님이 왜 그리도 야속해 보이던지...
내게 부모님이 안계시다는건 누구보다 잘 아시는 형님이
누구 염장 지를일 있나?
" 글쎄요. 이따가 작은 오빠네라도 갈까 해요 "
" 아니 왜? 작은 오빠는 명일세러 안가셨어? "
" 형님두.. 올케언니가 암 이잔이요. 근데 어떻게 서울까지 가서 명절을 쇠요? "
" 그랬나? 그럼 서둘러 "
" 왜요? 형님도 친정에 가셔야지요? "
뻔한 질문을 난 허공에대고 해본다.
그냥...부럽다.
그냥...매번 돌아오는 명절이 싫다.
지지고 볶은 음식으로 시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친정으로 처갓집으로 바삐 떠나는 그네들의 모습이
내 눈에 한량없이 부럽게만 보인다.
나도 갈곳이 있었으면...
내게도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주는 부모님이 계셧으면...
사슴목처럼 길게 빼고는 우리딸이 언제나 올까?
동구밖까지 나와서는 사람들의 틈새로 딸년을 찾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볼수 있었으면...
부질없는 바램을 난 속으로만 삭이면서
아무 바쁠것도 없는 시간들을 재촉해본다.
시댁에서 밀리듯 나온후 우린 작은오빠네로 갔다.
열려진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는데...
올케언니의 모습이보인다.
그런데, 낯이설다.
한달전의 올케언니가 아니다.
듬성듬성 한웅큼씩 빠진 언니의 머리가...
내 가슴을 아프게 하며 왈칵 눈물을 쏟게한다.
정월초하룻날부터...
난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다.
이래저래 심난한 마음이 언니의 빠진 머리를 본 순간.
그것을 빌미로 난 그저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마냥 눈물을 쏟아내었다.
아무도 없는 빈 방에 들어가서.
딸 아이는 외삼촌께만 세배를 하고 세배돈으로 받은 삼만원에
입이 귀에까지 걸려있다.
( 환자는 절 받는게 아니라고 한다 )
아이가 무얼 아는가?
보자기를 눌러쓴 즈이 외숙모의 모습을 그저 곁눈질로 흘끔거릴밖에...
그냥, 그동안의 안부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묻고 답하고.
흐드러진 웃음도, 푸근한 덕담도 없이.
그냥 오빠네 집은 겉으로는 평화로와도 암울함이 느껴진다.
어둡고 칙칙한...
그냥 내 느낌이었겠지만.
흔히 생각하는 친정에모여 윷놀이를 한다던가 아니면 친선게임으로
화투판이라도 벌려야 하는것으로 보고 듣고 해서인지
우두커니 테레비로들만 시선이 가있는 모습들이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결혼해 처음가본 명절때의 친정.
아니, 친정 오빠네집.
오붓이 모여 덕담이라도 나누며 쓴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다 왔으면
허허로움이 덜 했으려나?
피곤하다는 이유로 돌아나오는 발 걸음이 쓸쓸했고...
겹쳐지는 올케언니의 빠진 머리카락이 내 마음을 우울하게 했다.
돌아온 내집...
하루종일 보일러를 틀지않아 썰렁하다.
을씨년스러워서는 얼른 보일러의 온도부터 올려놓는다.
아침 떡국한그릇만을 달랑 먹은터라 지금은 배까지 ?杵틸윱쨉?..
이제그만 청승떨고 따끈한 찌계에 밥이라도 먹어야겠다.
님들...
부모님계신 친정이 있다면 열일제치고 다니세요.
특히나 명절때는요.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왜 그런지 친정도 없어지는것 같더라구요.
전처럼 그렇게 포근하지도 않고...
아무리 오빠들과 올케언니가 잘해주어도.
나 혼자 찬바람 나는건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가고 싶어도 갈수없을때가 언제인가는 온답니다.
한번이라도 더...
친정에 다녀오세요.
갈수있을때 부지런히 열심히 다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