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치약, 타올, 술, 상품권 등등... 남편의 바같 출입이 왕성할 적엔 위의 물목들은 늘 차고 넘쳐서 이 사람 저 사람, 나눠주고 창고에, 서랍에 쌓아놓고... 그렇게 영원히 퐁퐁 솟아나는 마르지 않는 샘인 줄 알았다. 설장을 준비하면서 진열장을 둘러보다 '참! 집에 비누와 치약이 떨어졌지...' 부잣집 재물 삼년은 간다고 했던가? 삼년이 다 되어서야 돈주고 사야 할 형편이 되었으니 그럼 우리가 부자였었나? 집을 나올 땐 오늘은 사야지 하면서도 들어와서 보따리를 풀면 늘 빠져있었다. 이십 수 년의 습관에 오래 길들여져 필요한 만큼 언제나 내 곁에 재워져 있겠거니 착각을 하곤했다. 요모조모 ?센咀린?재어보다 몇 십 원이라도 싼 비누와 치약을 하나 씩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 이젠 필요한 건 다 돈주고 사야된다!' 어쩌다 엄마들 모임에서 수건이나 비누를 나눠어 주면 난 탐욕을 잃어버린 시큰둥한 얼굴을 지었다. "하필이면 그 흔하디 흔한 걸..." 비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거리면 일찍 남편을 여윈 나이 지긋한 엄마 한 분이 잽싸게 낚아채며 한 마디 던진다. "신랑있을 적엔 몰랐는데 요샌 젤로 아쉬운 게 수건이대이! 돈주고는 잘 안 사지더마!" 이제 저도 그 말 합니다. "비누와 치약, 수건이 아숩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