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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도 그 말 합니다


BY 잔다르크 2002-02-12

비누, 치약, 타올, 술, 상품권 등등...

남편의 바같 출입이 왕성할 적엔
위의 물목들은 늘 차고 넘쳐서 
이 사람 저 사람, 나눠주고
창고에, 서랍에 쌓아놓고...

그렇게 영원히 퐁퐁 솟아나는 
마르지 않는 샘인 줄 알았다. 

설장을 준비하면서 진열장을 둘러보다
'참! 집에 비누와 치약이 떨어졌지...'

부잣집 재물 
삼년은 간다고 했던가?
삼년이 다 되어서야
돈주고 사야 할 형편이 되었으니
그럼 우리가 부자였었나?

집을 나올 땐 
오늘은 사야지 하면서도
들어와서 보따리를 풀면 
늘 빠져있었다.

이십 수 년의 습관에 
오래 길들여져
필요한 만큼 
언제나 내 곁에 재워져 있겠거니 
착각을 하곤했다.

요모조모 ?센咀린?재어보다
몇 십 원이라도 싼 비누와 치약을 
하나 씩 골라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래! 이젠 필요한 건 다 돈주고 사야된다!'
   

어쩌다 엄마들 모임에서 
수건이나 비누를 나눠어 주면
난 탐욕을 잃어버린 시큰둥한 얼굴을 지었다.
"하필이면 그 흔하디 흔한 걸..."

비맞은 중처럼 혼자 중얼거리면
일찍 남편을 여윈 나이 지긋한 엄마 한 분이 
잽싸게 낚아채며 한 마디 던진다.
"신랑있을 적엔 몰랐는데 요샌 젤로 아쉬운 게 수건이대이! 돈주고는 잘 안 사지더마!"


이제 저도 그 말 합니다.
"비누와 치약, 수건이 아숩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