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감인가?
요즘들어 부쩍 새벽에 잠이 깨어
더이상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리저리 뒤척여보아도 온갖 잡다한 생각만
요란하다.
궁여지책으로 책을 들고 화장실에서
시간때우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에
쥐가 내려 더앉아 있을수도 없어
마루로 나왔다.
마루끝에 앉아 무심히 하늘을 보니,
아, 반달이다.
숨겨놓은 반쪽의 몫까지 빛을 발하고 싶은가.
눈이 시리도록 밝다.
문득 가끔씩 들려주던 엄마의 얘기가 생각난다.
막내라고 아버지는 저녁에 집에 오시면
겨우 목을 가누는 나를 잠바속에 넣어서 온 동네를
한바퀴돌며 만나는 사람들에게마다 내얼굴만
쏙 내어 보여주며 '우리 예쁜 막내딸이다' 하며
다니셨다 했다.
보름달이 동그랗게 떠있는날 아버지는 내이름을
정했다면서 내일 당장 동사무소에가서 올려라면서
달속에 있는 계수나무를 따서 '계수'라고 지었단다.
다음날 엄마는 동사무소서기에게 '계수'라는
이름과 사연을 얘기했더니 모두들 한바탕 웃더니
'이다음에 학교들어가서 놀림받으면 어쩔거냐'하는 바람에
오빠들 돌림자를 따서 지금의 이름으로 올렸다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돌아가실때까지 내이름은 "계수나무"였단다.
엄마도 어디가서 노래를 부를라치면 오로지 아는 노래라고는
맨날 '달아 달아 밝은달아....' 를 부르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저 달속에 보고싶은 사람들이
다 있을까? 이렇게 청승스레 복잡한 마음으로
잠못이루며 마루에 쪼그려 앉아있는 나도 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