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홀로 사시는 친정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요즘 이 막내딸 걱정으로 마음 편할날이 없다시면서 설 음식은 뭘좀 장만하여 준비하고 있는지 아이들은 잘 지내는지 식구들 고루 안부 물어주셨다.
나이 들어도 자식은 그저 어머님 눈에는 아이 처럼 뵈는지 이런 저런 걱정으로 한참 수화기를 잡으시더니 애써 걱정하지 말라는 딸자식 말을 끝내 못 믿어워 하시며 마음 아파 하셨다.
엄마~ 예전에요 저희 어렸을적에 우리집 많이 어려웠던적 있어자너 저 그때를 기억하고 다시금 좋은때가 오리란 생각으로 희망가지고 살아요~
그래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가족들 건강만 하면 된다~~
아침 일찍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내려 놓고 내내 마음이 그랬다.
남편은 회사 사장님댁에 직원들과 인사 간다고 아침들고 나가고 설 음식 장만에 분주히 앞치마 두르고 주방에서 혼자 동동 거리자 몇일전 고등학교 졸업하고 이제 대학 입학 목전에 둔 아들 녀석이 엄마 모습이 그랬던지 제가 도와드릴것 뭐 없어요~~ 하면서 곁으로 다가왔다.
도와줄래?
우선 청소기 한번 돌려주고 전부쳐야 하는데 우리 꼬치 껴볼까?
네에 그러죠~~
식탁 가득 어제 장봐온 전부칠 재료를 늘어놓았다.
꼬치에 껴넣을 맛살 햄 버섯 대파 당근 차례로 길이 맞춰 잘라놓고 색깔별로 칸칸 껴놓으니 아이 색동옷 처럼 곱기도 하였다.
고기 갈아온것 치데어 둥근 양푼에 넣고 양파 당근 마늘 소금도 송송 ,참기름 넣어 고소하게 그위에 후추도 적당 뿌려보고 아들아이와 조금씩 떼어네 동글만하게 만들어 준비완료~
마트에 갔을때 어찌나 손님이 많던가 한참 대기하면서 사온 동태포를 쟁반위에 하나씩 떼어 놓고 후추 소금 약하게 간하고 밀가루옷 입혀 계란물에 적시우고 노릇하게 지져내기 시작했다.
부르스타 불지피고 편하게 앉아 지짐질 하려니 지난번 딸아이가 학교 뒷뜰 야영 있을때 자기 조에 준비물이라고 가져 갔는데 그만 교실에 두고 안가져 왔다기에 꼴밤한대 쥐어박고 나무라면서 내내 다리 아프게 가스렌지 앞에 서서 아들아이와 그렇게 자글 지글 부침질을 해나갔다.
두부는 제일 먼저 깨끗하게 부쳐야 하기에 후라이팬 첫손님으로 완성해내고 마지막으로 녹두지짐으로 끝을냈다.
설음식 장만중 제일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전부치는 일인데 한아름 소복 소복 쟁반에 종류별로 만들어 담아 놓으니 마음이 부자된듯 배부르고 제사 지내는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들아이도 흐믓한 기색이 역력했다.
몇일전 아들아이가 질문을 해왔다.
어머니 이번에도 우리집에서 제사 지낼 거지요?
그럼 그래야지~
전 정말 제사 지내는 것 정말 좋더라~~~
그말을 들으며 흐믓했다.
지난번 추석명절에도 아들아이는 같은 질문을 했었다.
그때 나역시 같은 대답을 하였다.
큰집이 있지만 살아생전 어머님을 모셨기에 돌아가신 어머님 제사도 우리집에서 모시는게 당연한 일인데~~
내일 아침 떡국 끓일 고기육수가 팔팔 끓어 넘치는지 소리가 요란하다.
지난날 명절이면 두둑한 보너스에 여기 저기 인사도 넉넉하게 호사도 부렸건만 이번 처럼 지치고 힘든 설은 처음이라 마음이 가라 앉았으나 아들 아이와 함께 설음식 장만을 하면서 많은 위안을 갖게 되었다.
내년 설에는 이런 힘겨움에서 한가득 웃음이 넘쳐나는 명절이 내앞에 오기를 희망하면서 이제 나물삶아 참기름 듬뿍 넣어 조물거리러 다시 주방으로 가야지~~
꽃이 필때가 있으면 질때가 있고
지금 괴로움이 내앞에 있다면 그뒤에 행복이 줄서서 내게 오려하겠지?
에구구~~
팔 다리 어깨야~~~
엄마! 나 힘들어 이래 저래 ,저래 이래서~~~
그래도 그래도 잘 살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