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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완전히 새 됐어!!!


BY yuyi65 2002-02-07

화장실이 급한것도 꾸~욱 참고 오늘배달나갈 편지들을
정신없이 구분하고 있는디 백여명 가까운 집배원중에
딸랑 둘밖에 없는 또다른 배달 아주매가 허겁지겁
놀란 얼굴로 뛰어오더군요..

"아니, 자기는 어?쒼?허먼 이런디서
편지가 다 온당가. 이기 뭔일이댜?"

"아니 왜?"

깜짝놀라 들고온 노오란 대봉투를 받아보니
발신인에는 선명한 글씨로 청와대라 써있고 수신인은 분명 울집주소와
내이름이 또박또박 써있는게 아닝가....
아니 근디 이게 뭔일이댜? . 내헌티 뭔 청와대서 편지가 다 온다냐...
근디 한순간에 퍼뜩 스치는 이 오싹한 한기는..

그려 올것이 와부렀구먼.
그 썩을놈이. 한개밖에 없는 동생놈이 그럴때부터 내가 알어봤지.
공무원신분에 이런글쓰면 지 출세에 지장이 있다며..
그치만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만있을수 없다며
내 아뒤와 주민번호로 부지런히 청와대 게시판에
말도 안되는 객쩍은 글을 끄적일때부터 알어봤당게
아! 1년에 한번씩 재계약해야하는 실낱같은 이 임시직의 모가지가
오늘 이싯점에서 뎅강 떨어지는구나...
대봉투를 여는 그 몇초사이에 머리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떠돌고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열어 주~욱 읽어보니
어? 어? 이게 아닌데...

아무개님!
추운날씨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지난 한해 50억통이
넘는 우편물을 취급하시는라 얼마나 노고가 많으셨는지요.
아무개님 대통령으로서 늘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가족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등등등 ..... (중 략)
새해 복 많이 받고 가족 모두의 건강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대통령 김 대 중

휴~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한 동생놈 욕하던 마음이
괜스레 미안해져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함께 읽어내려가던
우리 아지매를 쳐다보니 부럽다못해 존경심마저 어린
눈길로 쳐다보더군요.

평소 자기가 못다루는 콤퓨터를 다룰줄 알고 덕분에 모방송국에 한번
방송을 탄 사실을 알고 있던 우리 아지매.

"으매~ 자기는 인터넷에 글도 쓰고 그랑께
대통령헌티까징 이런 편지 받네잉~
에고 부러버라 내는 언지나 요런 편지를 받아본댜냐.
이제 유명인사 다 되부렀구만..."

옆에서 편지를 구분하던 우리 송천팀원 10명의 집배원아저씨들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몰려와선 다들 한마디씩 합니다.

"역시 우리 아지매는 뭐가 달러도 달러!
내도 다음 시상에는 꼭 여자로 태어나야 쓰야꼬만잉 ~.
나는 집배원 생활 20년이 다되도 여지껀 엽서쪼가리 항개도 몬받었는디.."

" 아녀 요것은 그냥 말께 아니랑께. 빨랑 저기가서 하다못해
쓰디쓴 커피라도 한잔씩 돌려야된당께로.
아! 나랏님헌티 편지받기가 고로코롬 쉬운 일이 아니랑게..."

"근디 우리 아줌씨 고 편지 어쩔껴..
사진까꾸에 잘 너서 거실 벼랑빡에 딱 걸어놔야쓰겄구만이~."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하니 이 아줌씨 어찌 그냥말수가 없어
자판기에서 일반커피도 아닌 고급커피를 돌렸는디
금쪽같은 내돈 이천오백원(10명 곱하기 250원)이 결코 아깝지가
안드구먼요.

근디 우리 나랏님은 어찌코롬 내가 우체국에서 편지를 배달하는지
알었으까?. 배달아주매가 된지는 2년이 다되어가지만 고것은
우리 앞집도 몰러~
뒷집도 몰러~
아무도 몰러~ 는 국가1급 비밀에 속하는 기밀사항인디..
어찌 알었을까잉.
그 먼 서울서 것두 구중궁궐 깊디 깊은 청와대서..
그 할일많고 챙길것 많은 우리 나랏님이...

맞어. 긍게 역시나 우리 나랏님이랑께.
이 시골구석 하잘것 없는 미천한 백성하나까지도 어뜨케 먹고사는지
일일이 다 챙기시고 신경써주시니..
그러느라고 처음 취임식때 갓장가간 새신랑 같던 우리
나랏님얼굴이 요새 테레비서 봉께 그러코멈 핼쓱해졌지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고 목이 뻣뻣해져서
편지를 구분하는 지 손길은 물찬 제비마냥 가볍고
날아갈듯 움직였지요.
그렇게 한참을 다시 편지를 구분허는디 여기저기서
울 집배원아저씨들 두런두런 얘기소리가 들리더군요.

"어이~ , 김주사, 이주사..
여기 청와대서 편지왔네..
아고 명절이라 소포배달허느라 허리가 휘어지는디 나랏님꺼지도
우리 바쁘라고 한몫 보태주시네..
이렁건 안보내줘도 되는디.... "


허걱 ~ 이기 무신 개 풀뜯어먹는 소리에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고것은...고것은 바로 몇천명의 집배원들에게 명절에
수고한다는 우리 오지랖 넓으신 나랏님의 위로 편지였던 것이었던
것입니다요...

에고 아까운 내돈 이천 오백원....
에고 아직도 따끈따끈한 내 볼때기여.....
허기사 욕(?)본것은 다 마찬가진디 내 혼자만
공치사를 듣겠다고 욕심부린 내 잘못이지...
에고 오늘아침 이 배달부 아지매는 모 가수의 노래
제목마냥

***나 한순간에 완전히 새 ?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