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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87

못말리는 울 딸내미~~


BY 분홍강 2002-02-06

며칠 있으면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가는 울딸~
도데체 아이가 잠이 없어서
매번 밤만되면 나랑 신경전을 펼친다.

처음엔 그래도 고운 목소리로 교양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연희야.....얼른 씻고 자야지...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돼..."

"알써...엄마....이것만 하구..."

울 딸 괜한 일을 만들어가며 꼼지락 거린다.

다시 한번 심호흡 한번 가다듬고

"연희야~~~빨리..."
"알았다니까... 이거 종이접기만 끝내구..."

드디어 이제 못참고 나는 본색을 드러내며
버럭 소리를 지른다.

"당장 네 방으로 안가~
넌 어떻게 된 애가 잠이 없냐 ,잠이~
엄마 점점 감정 생길라구 하니까 당장 실시~~"

그제서야 쭈삣 쭈삣...
도살장 끌려가는 소 마냥 무겁게 걸음을 띄어 놓는다.

이렇게 꼭 우리 부부와 같은 시간에 자려고
애를 쓰지만
아직까지는 막강한 엄마라는 이름의 힘으로 눌러본다.

이 파워가 얼마나 유효 할 진 아무도 모르지만...ㅠ.ㅠ;;

울 딸이 요즘 들어서 더욱 떼를 쓰는 이유인 즉슨~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알아버린 것이다.

난 드라마를 기다리면서 까지 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요즘 새로하는 드라마가
순정만화 보는 듯이 솔솔 재미가 있어놔서
시간이 있으면 종종 보곤 했는데
울 딸도 같이 그 엄마의 그 딸 아니랠까봐
드라마에 쏙 빠진거다.

딸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드라마 시그널이 나오자
슬쩍 모르는 척 자기 방에서 빼꼼히 날 바라보더니
은근슬쩍 옆에 다가오며 내 눈치만 연신 살핀다.

"연희야~
너 잠 안자고 왜 나 왔어...??
빨랑 자라니까...낼 지각하면 어쩔려구 하니....."하는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 딸 한다는 말이

"엄마 ~~ 나 ....과일 먹구 싶어잉.."

아니 ,
요 쪼매난 것이 머리 쓰네....참 ~나.

"잘 시간에 뭘 먹니...양치 다해 놓구..."

"응~~응 ....엄마 ,나 과일 먹구 싶단말야."

다른 것도 아니고 새끼가 뭐 좀 먹고 싶다는 말에
이내 맘이 흔들린다.

워낙에 입이 짧아서 먹는 것도 시원찮은데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는 딸아이의 응석에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면서
귤 몇개를 가져다 주니
내 옆에 앉아
드라마에 열중 하면서 오물 오물 잘도 먹는다.

그 몇개 안되는 귤을 드라마 끝날 때까지 모른는 척 하며
먹는 모습이 어찌나 우습던지...
내가 그 속을 뻔히 알고 있는데
자기의 꾀에 내가 속아 넘어 간 줄 알고
얼굴엔 예의 그 승리자의 미소를 머금고 있는 모습이라니~~~
ㅎㅎㅎㅎ

하긴
나도 어렸을 때 텔레비젼 드라마 보고 싶어도
부모님이 한번 잘 시간이다 하면
못내 아쉬웠던 기억이 있던지라
그냥 이번 한번 넘어가 준다.

하이고~
울 딸 누굴 닮아서 그리 드라마를 좋아하노~~
못말린다,못말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