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급식하러 가서 애들 밥 퍼주고, 청소하고 왔습니다.
선생님한테 잘 기고 왔어요.
학교 갔다오면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워져요.
어쩜 애들이 그렇게 말도 잘 안 듣는지.
선생님이 한마디 하면 지들은 두 마디하더군요.
그걸 보고 똑똑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어른 무서워할 줄 아는 애가 예쁘던데...
나는 팟쑈인가요?
우리 딸이 1학년일 때에는 같은 반 친구들이
밥퍼주러 간 저를 보고 제 딸을 불쌍해했다더군요.
<미섭아, 넌 니네 엄마 무서워서 어떻게 사니?> 하구요.
제가 그러거든요. 애들 막 야단쳐요.
음식 잔뜩 받아가서 하나도 먹지 않고 장난만 치다가
도로 가져온 애들 나무란답니다.
처음부터 먹을 만큼만 받아가지, 어쩌구저쩌구....
밤 9시에 학교 운동장을 뛰던 적이 있었는데,
같이 운동한 엄마가 저보고 학을 떼요. 겁이 없다구.
운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공원길에서 남자 중고생들이
빵이나 뭐 그런 거 먹다가 쓰레기 버리면
마구 야단치거든요. 주으라고...
오늘 아침 지하철 출근길에서 신문을 읽다가,
나는 도대체 몇 점짜리 엄마인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초등학생 한 명당 일년 사교육비가 평균 3백3십만 원이라고 하더군요.
얼른 머릿속으로 우리집 애들 사교육비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동화책 사주는 것도 사교육빈가?
그럼, 학교에 내는 급식비는?
한참 궁리하는데, 신문에 친절하게 나와 있더군요.
학습지, 학원비, 과외비가 사교육비라구.
그럼 우리 집 한 아이당 사교육비는 계산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한 달에 6만 원씩 일년에 72만 원이네요. ㅠㅠ
두 아이 다 태권도장에 다니는 것말고는 없으니 말이에요.
다른 집 애들은 피아노학원이다, 컴퓨터학원이다, 미술학원이다,
그리고 4학년인 큰애 친구들은 속셈학원이나 수학전문학원, 영어학원에 다닌다는데...
우리나라 사정상 이러다 우리 애들 도태되는 건 아닌지...
자기가 발 붙여 살고 있는 땅의 실정을 아주 무시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요?
아무튼 잠시 헷갈렸습니다.
우리 딸애는 그럽니다.
<엄마, 나두 영어학원 갈까? >
<너,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영어 가르쳐주시는 거 어려워서 못 알아듣겠니?>
<아니>
<그럼 됐어. 안 가도 돼.>
그리고...
<엄마, 나두 수학 배우러 다닐까? 아님 빨간펜이나 푸르넷이나 뭐 그런 거 하면 안 될까?>
<야, 괜히 그런 거 했다가 밀리기라도 하면 스트레스만 팍팍 받고 안 좋아.>
우리 딸아이, 옆친구들 하는 거 보면 괜히 걱정되나 봅니다.
이러다가 나중에 딸아이한테 원망듣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동네 아줌마들은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는데 시키지 왜 안 시키냐고, 저보고 이상하답니다.
하지만 아이가 진짜로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은 아닐 거예요. 세상에 어떤 아이가 진짜로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고 싶어하겠어요?
그래도 오늘 아침,
학교 교육 붕괴로 사교육을 안 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외치는 신문 기사를 보고, 좀 우울하고 한심스럽고 걱정도 되고....
아무튼 기분 더러운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