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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린 발길조차 아쉬운 선암사-


BY 리아 2002-02-04

조계산은 조계천을 중심으로 서쪽의 연산봉과 동쪽의 장군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산봉 서쪽에는 송광사, 장군봉 동쪽에는 선암사가 자리잡고 있다.
오늘 산행은 선암사에서 시작하여 정상인 장군봉을 거처 굴목재를
넘어 다시 선암사를 구경하고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조계산에는 전라도를 대표하는 승보사찰인 송광사와 태고총림인
선암사를 끼고 있는 아주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절을 끼고있는 산이다
선암사는 계곡이 깊고 나무가 울창하여 어느계절에 와도 그 아름다움을 두루 느낄수 있다
절앞 계곡에서부터 잘 다져진 넓은 진입로를 따라 상수리, 굴참나무 동백, 단풍, 밤나무등
온갖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가을 단풍 또한 절의 정취를 더하는 절이다
남녁의 봄은 벌써 그 몸짓을 찬바람 사이로 빼꼼히 내밀고 있다
연초록 잎새에 미색 매화꽃 봉우리가 햇살을 쪼이고 있어 봄이 머지 않았나 보다

-되돌린 발길조차 아쉬운 선암사-
(선암사 승선교와 강선류)

절 못미쳐 하늘과 구름이 머물고 돌을 다듬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룬 승선교와 고풍스러운
정자 강선루가 고즈넉한 산사를 찾는 이들의 눈길을 머무르게 하는 보물이다
선암사 절은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에 둘러 보기로 하고 정상인 장군봉을 향해
산을 올랐다
등산로를 따라 선암사 본원 왼쪽에 높이 7M, 넓이 2M에 이르는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을 볼 수 있다.
세월의 풍상에 희미한 흔적만이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잡는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고르지 못한 경사길에 곳곳에 내린눈이 녹아 질퍽해 더욱
걸음을 더디게한다
한시간 반정도를 올라가니 서서히 나뭇가지 끝에 피어난 하얀 눈꽃이 눈앞에 펼쳐졌다
응달쪽에는 녹지 않은 않은 눈 때문에 아이젠을 신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장군봉이란 푯말이 세워진 정상에 올라섰다

-되돌린 발길조차 아쉬운 선암사-
(조계산 장군 봉 정상)

산 위에서

구름 머무는 솟은 봉에
바람 외로운 길
나그네 발길을 붙잡고
오는이 가는이
기원쌓은 돌탑에
밝은 햇살 눈처럼 녹아나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스쳐지날 인연이면
부질없는 욕심이랑
버려두고 가소서

산정상에 피어난 눈꽃들은 산을 올라본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특혜일 것이다
잔가지에 곱게 피어난 눈꽃을 보면서 자연은 참으로 조화롭고 신비로운 신의 조형물임을
감탄하며 멀리 내려다 보이는 끝없이 굽이 진 산등성이와 남해바다와
오밀조밀한 마을이며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으니 이런축복이 또 어디있으랴

-되돌린 발길조차 아쉬운 선암사-
(조계산정상의 눈꽃)

정상에 올라 마시는 따뜻한 차 한잔은 그 어떤맛에 비기랴
함께 힘겹게 올라온 낮선 산행자들의 눈인사도 산을 오르는 이들만의 따뜻함이리라
굴목재를 향해 한참을 내려오니 새하얀 눈 쌓인 숲속엔 흔적 없는 바람소리만이 나의 주위를 맴돌고
졸졸 얼음을 께고 흐르는 계곡물 소리는 그 맑음이 그 청아함이
있어 나의 심신이 맑음 으로 일께움으로 다가온다.

굴목재아래 선암사 가는 길목에 유일한 먹거리집 "보리밥집"에서
내 허기는 구수한 된장국과 겨울 배추삼에 말을 잊게 했다
도토리 껍질을 까고 있는 두 아주머니를 향해 이런 산속에서
밤에 주무시기 무섭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산이 내 터전인데 뭐가 무섭지랴"한다
구수한 누룽지까지 얻어 마시고 보리밥집을 나오며 굴목재를
넘어갈일이 까마득하다
옛말에 배부르면 눕고싶다 했는데 애고 인심좋은 아주머니 덕에
내 용량을 초과했나 보다

끝없는 계단길은 눈으로 꽁꽁 얼어 있어 다시 아이젠을 꺼내 신었다
한참을 오르다보니 아버지인듯한 중년아저씨와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딸은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다
얼어붙은 눈길에 단화를 신고 산행을 할려니 미끄러울 수밖에
그런데 어디서 날아 왔는지 스님 한분이 또 마치 날라가듯 미끄러지듯 지팡이 하나로
그 미끄러운 계단길을 성큼성큼 잘도 내려간다

산을 다 내려올 무렵 진백나무 군락이 내 콧끝을 자극한다
산에서만 맡을수 있는 이 싱그러운 향기속에 저 아래 선암사에서
은은히 울리는 목탁소리가 정겹다

-되돌린 발길조차 아쉬운 선암사-
(선암사)

선암사는 백제 선왕때 아도화상이 창건한 비로암을 신라 경문왕때
도선국사가 중창하여 선암사로 개칭하였다.
선암사를 지나면 일주문 앞에 희귀종인 귀면나무가 서있다
선암사에는 "선암사 3보"가 있다.
철불 1기, 석탑 2기, 부도전 3곳. 무우전에 있는 철불은 예전엔 마당에 묻혀 있었지만
지금은 금칠을 했다.
선암사에는 보물급의 탱화가 많은 절인데 유난히 손을 많이 탄절이다

만인이 부처님의 자비를 마음으로 눈으로 느껴야할 소중한 보물을 인간의 오만과 욕심만을 위해 다 훔처가고 몇점남지 않았다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대웅전앞 나란히 사이좋게 서있는 석탑은 신라때 지어진 것으로 모양새가 소박하다.

-되돌린 발길조차 아쉬운 선암사-

사찰 전통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절의 하나로 보물7점 외에도
장엄하고 화려한 대웅전, 팔상전,
원통전, 금동향료, 일주문 등 지방 문화재 12점이 있고,
선암사 박물관에 여러 보물들이 전시돼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 대웅전은 대대적인 보수관계로 볼수 없었고 박물관 또한
자물쇠로 꼭꼭 잠겨있었다
물 한잔에 아쉬움을 달래고 절을 빠져 나오며 이른봄 동백이 필때 다시 와보리라
마음먹고 발길을 돌렸다

-되돌린 발길조차 아쉬운 선암사-

선암사는 몇 번 와본 절이지만 올때마다 새로운 감각이 느껴진다
그렇게 넓거나 웅장하지는 않지만 고찰다운 은은함이 배어있는 고풍과
주변의 자연경관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과 석탑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