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케와 에로스 그리고... - 빌려간 결과입니다. 8
역지사지
참 이상한 일이죠.
세상의 일이 다 그런거지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아주 달라지는 거.
아이들에게 푸쉬케와 에로스의 이야기를 주제로 토론을 했었죠. 중학생들이랑.
근데 재밌는 건
푸쉬케의 의심은 의심이 아니라 호기심이라는 거에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런 호기심.
그리고 그런 호기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런 설명도 없이 무조건 자기를 믿으라고한 에로스의 사랑은 배려가 부족한 사랑이라고.
특히 푸쉬케가 자신의 남편은 괴물이라는 신탁을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의 괴로움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만 주장하는 에로스는 유죄라고.
정말 그녀를 사랑한다면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얘기했어야 했다고, 오히려 그가 푸쉬케를 못 믿고 자신의 비밀을 얘기하지 않은 것이니 그가 의심한 것이라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아무리 주장해봐야 결론이 나지않는 애매한 문제.
하지만 푸쉬케만 의심 많은 여자로 몰아버리는 건 왠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한다면 그녀를 위해 충분한 배려를 해주었어야할 에로스의 잘못을 나무라고 싶네요.
왜 있잖아요? 배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그런 빌미를 제공한 에로스는 유죄라고 열변을 토하던 학생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들려오네요.
어쨌든 사랑은 혼자만의 노력으론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한번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참에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상대를 위해 나는 얼마나 배려하고 있는지. 상대가 무엇 때문에 아파하는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행동으로, 바로 그것 때문에 상대를 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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