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내성적이라 속에든 말을
맨정신으로는 잘하지 않는다.술이 한잔 들어가야
미주알 고주알 다 나온다.그러다보면 새벽2,3시는
족히 넘어가고 제풀에 지쳐 그만 둘때까지
나는 하품을 해가며 마냥 듣고만 있다.
좋은일로만 끝내면 다행인데 평소에 나한테
못마땅한것이나 내가 비위거스리게 한말들이
있으면 술먹고 들어오는 폼이 표가 난다.
잔뜩 움추리고 있으면 케케묵은 일들이 다 나온다.
내가 저런 말을 했던가 싶을 정도로 기억에도 없는
말들에 꼬투리를 달아 내 가슴에
못박는소리들을 마구 해댄다. 그래도 나는 묵묵부답.
대꾸를 하게되면 말꼬리를 물어 언성이 높아지고
서로 상처만 남게 되기때문에 무슨말을 하던 아예 내쪽에서
꼬리를 내리고 혼자 떠들도록 내버려둔다.
화가 치밀지만 꾹꾹 눌러 참아버린다.
아침에 시침떼는 남편을 모르는척 그냥 받아주는게
가정의 평화(?)를 위하는 길이라고 여기기에...
8년전에 크게 싸운적이 있었다.
평소 쌓아두었던 나에 대한 불만을 술먹고 들어와서는
새벽4시까지 못살게 굴어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날이 밝으면 꼭 이혼 하리라 마음먹고
억지로 남편을 데리고 새벽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공원에가서 그동안 참았던 속앓이를 퍼부어댔다.
내스스로 놀랄정도로 고함을 지르며 가슴에 못이박혔던걸
하나하나 다뽑아 남편에게 꽂기 시작했다.평소 안하던
급작스런 마누라의 돌발행동에 놀랐는지 한마디도 못하고
멍하니 듣고만 있었고, 새벽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이
힐끔거리며 우릴 쳐다보고 지나갔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나는 고함을 질러댔고, 남편은 창피한지
슬그머니 차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음악을 크게 틀어 아예 내 악다구니를 듣지를 않았다.
날이 밝을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나니 목도 아프고
기운이 빠져 남편을 뒤로두고 혼자 먼길을 걸어
집으로 왔지만 아이들을 보니 또 마음이 약해졌다.
한참 사춘기인 아들,딸앞에 또 주저 앉을수밖에 없었다.
그후로 내가 내뱉은 막말의 곤욕을 한동안 치뤘지만
마누라의 또 다른 모습을 본 후부터는 조금씩 달라
강도가 약해졌다.그렇다고 그 주벽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남.
어젯밤에 또 술먹고 와서는 한소리하길래 못들은채
했지만 그래도 속이 편치 않다.누군가 죽어서 저세상에 가면
지금의 남편을 다시 만나겠냐는 말에 나는 다시 만나 살겠다고
했었다.또다시 다른 남자 비유맞추며 살기 싫어
그런다고 했지만 요즘은 또 바뀌었다.
딴세상에서는 절대로 같이 안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