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왔습니다.
그 동안 몇 편의 영화를 봤지만, 게을러서..오늘 몰아 씁니다..
1. 반지의 제왕
그러니까...지난 크리스마스였습니다.
30살 먹은 우리신랑, 33살 먹은 노처녀 시사촌 언니, 나랑 동갑 먹은 시동생은 내가 처음 들어보는 영화에 대해 모두 들뜬채 이야기를 나누는 겁니다.
"해리포터? 야, 그건 판타지라고 말할 수도 없지. 판타지 하면 무조건 반지의 제왕이야. 이미 미국에선 베스트셀러로 인기폭팔이었고 판타지 장르의 표본이 아니겠어?"
시사촌 언니의 말에 우리 신랑, 시동생 동의 하느라고 바쁩니다.
"그거 못 보면 일년내내 후회할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봐야해."
"야, 정말 기대된다. 해리포터는 반지의 제왕 개봉과 동시에 막을 내릴거야."
나는 제목이 왜 '반지의 제왕'인지 이 "반지"가 손에 끼는 그 반지가 맞는건지도 모른채 그들이 이끄는대로 영화관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 영 내키지가 않았죠. 모험극이라고는 하나 판타지라는 것이 유치하기만 할 것 같았고 나를 지루하게 할 것만 같았어요.
영화를 보러 가기 전날 친구를 만났습니다.
친구에게 혹시 '반지의 제왕' 봤느냐고 물으니 "엉!" 그럽니다.
친구 - "나 그렇게 지루한 영화 처음 봤어. 3시간인거 알지?"
나 - "3시간?! 정말? 미치겠네. 게다가 지루해?"
친구 - "내가 왠만하면 3시간 넘어도 잘 보는데 이 영화는 허리까지 막 아프던걸. 도중에 나오고 싶은거 참느라고 고생했어."
나 - "크헉! 정말이냐? 나 보기싫은데 억지로 가는건데..우씨..
야, 혹시 진주만보다 재미없냐?"
솔직히 진주만을 지루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보는 내내 "미국 만세!"
에 열받아하면서 봤으므로 저에겐 재미때가리 없는 영화였죠.
친구 - 진주만이 훨 나아.
나 - 크허억...그럼,..타이타닉은?
타이타닉은 정말 빠져들어 보았고 극장에서 두 번이나 볼 정도로 대작이라 여겼으므로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서 그냥 한 번 물어봤죠.
친구 - 타이타닉 10번 보는게 훨씬 낫지. 그걸 비교라고 하냐?
나 - 웅...미치겠네. 야, 나 낼 그거 봐야하니까 어떻게 좀 참고 볼 수 있는 말 좀 해봐.
친구 - 미이라2 봤어? 그거 재밌게 봤으면 그럭저럭 볼만해.
나 - 미이라2?...음...넘넘 재미있었지..그래?..그럼 견딜만은 하겠군.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14k 반지 하나가 나오고 뭐라는지도 이해 못하고 있는 사이 비슷한 등장인물이 무데기로 나와서 길을 떠납니다.
산을 넘고 물을 넘고 계곡을 넘고 또 물을 넘고..
중간 중간 마법사가 나오고 요정이 나오지만 순정만화 속의 그런 느낌은 전혀 없고 그냥 졸립기만 했습니다.
그러더니 정말로 허리가 아파옵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모험길...
반지를 무슨 불의 구렁텅으로 빠뜨려야 한다고 떼거지로 길을 떠난건데, 계속 반복되기만 하는 중세 시대를 연상케 하는 활과 창으로 싸움을 하고 괴물을 피해 도망가기만 합니다...
어휴....정말 이렇게 재미없는 걸 왜 보는 건지...전 언제 끝나나 시계만 보고 있는데 우리 신랑과 시동생, 시사촌 언니는 뒷자리에서 불이 나도 모를 사람들처럼 입을 쩍 벌린채 영화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얼른 끝나라 얼른 끝나라.....
겨우 끝날 때가 되었습니다.
주인공이 몸종 한 명과 길을 떠나고 끝없이 펼쳐진 길을 향해 무슨 다짐의 말을 한 마디 하면서 끝이 납니다.
엥? 끝? 반지를 불구덩이에 던지지도 않았는데 끝이네?
정말 허무하기가 짝도 없다.
이런 결론을 맺을려고 과정을 거창하게 질질 끌었나?
치.
얼른 나가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앉아 있습니다. 민망해서 눈치 보고 있는데 자막에 이런 글 뜹니다.
"크리스마스에 만나요..."
뭔소린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우리 시동생 한 마디 합니다.
"한참 재미있을 때 끝나네? 어떻게 일년이나 기다리냐?"
"기다리다뇨?"
"이거 3편까지 있잖아. 일년에 한 편씩만 제작할 건가봐요. 형수 몰랐어요?"
크허허허헉....
저 내년에는 절대로 안 옵니다.
우리 신랑,시동생,시언니....모두 흡족한 얼굴이고 저만 잼없는 표정입니다.
같은 영화를 두고 이렇게 정반대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니...
하긴 우리 신랑은 타이타닉을 보면서 재미없어서 졸았다고 하니 말 다했죠.
여러분....보실 분은 보시고 보시지 않을 분은 보시지 마세요...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