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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홀로 서기


BY youni70 2002-01-27

난 요즘 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이곳 "아 컴" 에만 들어오면 뭔 가 를 쓰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다른데 마실을 가는곳도 많은데 유독 이곳이 내 마음을 풀어놓는다.
마음이 풀어져서 편안하게 친구만나 얘기 하듯이 표현할수 있어서
좋다.
실수를 해도 별로 창피하지않고.....
사람도 만나보면 왠지 정감이가고 편한 사람이있다.
서로가 말 이 없는 순간도 어색하지않고 그냥 편안함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있다.
내 친구중에 그런 친구가 있다.
결혼을 하고 사귄 이웃인데 강산이 두 번정도 바뀔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늘 한결같은 마음이 그대로다.
한 아파트에 살면서 다섯명이 서로 마음이맞아서 먹을거 나눠먹고
친목계도하고 취미생활도 함께했다.
그렇게 몇년이 지난 후 서로의 형편이 달라져서 더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하고 남편 직장따라 멀리 지방으로 간 이웃도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몇몇 이웃과는 사이가 소원해져서 연락이 뜸 하게
되었다.
서로 떨어져 살아보면 그 사람과 친밀도가 어느정도 였는지를
알수있다.
유난히 더 보고싶고 그리운 이 가 있기 마련이다.
그친구 k 가 그런 친구였다.
친구는 나이도 나와 같고 마음이 늘 한결같았다.
"천상여자' 라는 말 그대로 가정에서 빛 이되는 사람이었다.
음식을 하나 해 먹어도 대충 하는 법 이 없었다.
재료와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집 안에 놓여있는 작은 소품 하나도 센스가 돋보였다.
늘 몸 이 약한 남편을 위해 수시로 보신탕을 끓여대고 엄마가
애기한테 하듯이 정성을 다했다.
너무 모든걸 잘하는게 오히려 흠 이 였을까?
남편이 친구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10 여년 전 의 일이다.
병아리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넉넉지못한 살림이지만 친구는
한눈 팔지않고 지금까지 잘 견디어 내고있다.
아직도 처녀같은 몸매에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인물인데도
친구는 자식만 바라보고 자신을 희생하고 있다.
지금도 만나면 예전과 변함없이 항상 웃고 모든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가끔은 외로움을 털어내며 힘들어하지만 금방 자신을 추스리며
꼿꼿한 자세로 살아간다.
난 친구를 보면서 조선시대 여인을 보는듯 착각이 들때가 있다.
남편이 없는데도 시댁의 모든 제사를 장남이라는 이유 만으로 지금도
맡아서 지내고 있다.
어떤때는 옆에서 보는 내가 열불이 나서 잔소리를 해댄다.
"바보같이 왜 이러고 살아! 좀 할 말도 하고그래! 나중에 누가
알아나준대?"
허지만 이미 그렇게 길 들여 졌기에 마음이 여린 친구는 어쩔수없이
내몫인양 해내고 있다.
정말 착한사람이 나중에 복 을 받는 것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약삭 빠르고 이해타산적인 사람들이 더 잘사는 세상
인것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지금 이순간에도 열심히 사는 친구에게 앞으로는 좋은 일 만
있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