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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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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표대로 살고싶지 않다.


BY 하비 2000-10-24





초등학교시절
방학때면 반드시 내주는 숙제중 하나가
계획표세워오기였다.
그 잘난 계획표--공부 조금, 놀기 왕창--인
계획표 하나 세우기위해
둥근 그릇이란 그릇은 다 동원되고
(컴퍼스로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온갖 색연필에 그 비싼 싸이펜까지...
하지만 그 계획표대로 하는건 정말 일주일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이제는 그렇게 색색깔의 이쁜 계획표는 아니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런 저런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부수고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지금 나의 계획표라면...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준비시켜 학교 보내고
신랑 출근시키고(하는건가?)
대충 9시반부터 집안 청소 대충대충 끝내놓고
그럼 11시정도.
그이후? 나름대로 시간때우기다
저녁 5시쯤되면 저녁거리 사러 시장갔다와서
저녁하고 밥먹고 또 대충 치우고 그리고 잔다.
그럼 나름대로 시간은?

쇼핑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친구들 만나 밥먹거나...
이제는 컴이 일상이 되어 그시간은 온통 컴으로 지내지만...

이렇게 울 전업주부들의 계획표는 거의 비슷하거나
동일할것이다.
아무리 쇼핑을 하고 수다를 떨어도
가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날수 없고
온통 자기만의 계획표는 생각도 할수 없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이 아침에
나는 정말 계획표대로 살고 싶지 않다.
부엌에 쌓여 있는 아침설겆이도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 않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도
밤새 우리들 몸에서 떨어져 하얗게 보이는 몸비듬도
이리저리 굴러져 다니는 아가 우유병도
모두 내 마음에서 멀리 떨어진
나와는 상관없이 보여진다.

좋은 음악을 들으며
이쁜 책을 읽고
향기 좋은 헤이즐넛 한잔을 마시며...
그렇게 보내고 싶은 이 시간을
이렇게 혼자있으면서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왜일까?

해보지 않아서 그런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는 해보고 싶다.
뭐든지 익숙해져야 내것 같고 해도 될것같은
그런 기분을 우리 떨쳐내보자.
그저 지금 하고 싶은대로
생각나는대로 발길가는대로
그렇게 한번쯤 계획표대로 살지말자.

어렸을적 동그란 그릇을 이용해
낑낑거리며 세우던 공부-- 조금, 놀기 왕창--
아침 부터 나가서 놀고 저녁때까지 놀기로
세우던 그 계획표처럼 오늘은 그런 계획표를 세우고 싶다.

오늘 나는 주부계획표대로 살고싶지않다.
모선전의 "세상 모든 여자들이 주름펴고 사는 그날까지"를
나는 오늘로 하고싶다.
내일은 또 내일의 삶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