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겨울산.
처음 산 등산화를 신고 산을 정복하러
아침 일찍 만남의 장소로 나갔습니다.
낮게 내려 앉은 하늘과
낮게 바람이 부는 공기와
낮게 느껴지는 겨울의 한기와...
북한산의 추억은 딸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때
물놀이를 갔던 여름날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까 겨울의 북한산은 처음인거랍니다.
맑간 계곡엔 살얼음이 물처럼 투명하게 얼어있었고
눈이 푹욱푹 빠질 정도로 깊어져 있었습니다.
비탈진 산을 오를 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다리가 아프고 숨이 찼지만
오르고 난 뒤의 가슴 후련한 아랫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푸르른 소나무와
잎이 없어도 알아 볼 수 있는 진달래나무와
들꽃이 피었다 진 마른풀이 지난날을 이야기 해 주더군요.
겨울산은 제5의 계절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음의 계절 "눈"이라는 계절.
온 산이 하얀 구름속이라 하나요?
밀가루 범벅이라 할까요?
아니면 쉽게 말해서 하얀나라라 할래요.
컵라면이 그렇게 맛있는 줄 겨울산에서 알았습니다.
반 잔의 커피가 그리도 향긋 할 수가....
뜨거운 물 한모금이 추위를 가시는 구세주였습니다.
무엇하고 바꿀 수 없는 화평함이 하얀산에 있었습니다.
아파트에서 가지고 사는 욕심이라는 글자가 산에선 어느순간에 '없음'이 되어 있었습니다.
하루도 벗어날 수 없는 이기심들이 내려다 본 산위에선 어우러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순간을 느끼려면 겨울산을 걸어가 보심이...
욕심이 자꾸 생겨 감당하기 힘겨울 때에도 눈이 쌀가루처럼 뿌려진 들로라도 나가 보심이...
슬퍼서 슬퍼서 살고 싶은 소망이 없을 경우라도
두껍게 언 계곡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 보시면...
그러시면....
그렇게 돌아왔습니다.
욕심을 잠시 없애 버리고,
이기심들을 덜어내고,
슬픔이 넘쳐서 눈물이 닫아지지 않았는데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 때문에 슬픔이 닫아졌습니다.
산에서 태어난
산에서 자라난
산에서 살고 싶은 들꽃편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