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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90) * 내 사랑 Cello *


BY 쟈스민 2002-01-26

회색빛 하늘에선 하루종일 소리없는 눈가루를 뿌려준다.
발밑에 닿으면 사그라지듯 녹아내리니 가슴마저 질척거리는 날이다.

이런날에는 어떤 음악이 어울릴까나...
나는 어서 빨리 이런날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내야할 책임이라도 있는양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찾아낸다.

일주일 내내 지니고 살았던 긴장에서 조금쯤 벗어나고파
훌훌 벗어버린 내 일상의 때가 여기 저기 널브러져 나의 손길을 기다리건만
나는 애써 외면하려 한다.

아니 오늘은 그러고 싶었다.

아름다운 그녀 ...
OFRA HARNOY...
그녀의 첼로를 만나기로 하며, 시간을 잠시 멈추어 두기로 한다.

어쩌면 그리도 내 마음을 잘 아는거야 ...
음 그래 바로 그거야 ... 그런 거야 ...
지긋이 눈감고 한없이 편안한 첼로의 선율에 나를 맡긴다.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날 듯 하다.
가슴 저 밑바닥까지 스며들어 나만이 아는 낮은 떨림조차
그녀는 다 알고 있는 듯 했다.

축복하듯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오후
난 그녀의 세계에 흠뻑 취해보는 이가 된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지며,
마음의 결을 섬세하게 고르고 있는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넉넉함이 일어 내가 편하게 기대어 보고 싶은 악기가
바로 첼로이다.

중후한 저음에 매료되어 오후 내내 나를 맡겨두고 그냥 그렇게 느릿한 걸음으로 보내는
오후나절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이의 설레임 비슷한 걸 안겨준다.

나는 첼로를 모른다.
본적은 있지만, 만져본 적도 없으며, 다룰줄은 더더욱 모른다.

그런데도 그 뭐랄까 당당하고,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것만 같은 묵직함이 내게서 또 다른 사랑을 일게 한다.

그 속엔 낮은 흐느낌이 있었으며,
어쩌면 나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가 녹아있을지도 모른다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사랑은 이렇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왜 그런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을 것만 같은 기대어도 좋을듯한 분위기를 첼로는 내게 준다.

눈 내리는 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흐르는 첼로의 나즈막한 속삭임에
나를 데려다 주는 일 ...

이런날엔 하얗고 부드러운 눈 두스푼을 살짝 넣은 커피는 어떨까?

어쩜 그리도 내 맘을 잘 알고 다독여 줄줄 아는지
나는 몇번이나 고마움의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아...
내 사랑 첼로를 만나던 어느 겨울날의 오후가 또다른 행복의 나라로 나를 데려가 준다.

내가 무슨말을 해도 다 들어줄 것만 같은
가슴이 한없이 넓을 것만 같은 그는
내게 따뜻한 손을 내밀며 거기에 그렇게 서 있었다.

나는 그런 그가 참 좋다.

그를 만날 수 있었던 나는 참 운이 좋은 여자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