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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이라도 한웅큼 컵에 키워 보세요


BY 반숙현 2000-06-25

보름이상을 아줌마들이 쓴 글방엔 얼씬도 안했다. 그런데 오늘은 웬지 아줌마들이 무슨 생각들은 하고 있느지 궁굼해서 한번 들러보았다. 역시 아줌마란 무슨일이든지 관심이 많고 참견을 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내가 사는 이곳은 의정부다. 시집온지 15년째 얼굴도 보지 못한 시아버님이 물려주신 집에서 여지컷 산다. 이 집은 옛날에 지은 집이라 뜨락은 넓은데 비해 방들은 조그만해 우리여섯 식구가 살기에는 형편없이 좁다. 그런데로 앞마당이 있어 더운 여름이면 자리를 펴 놓고 아이들이랑 수박이라도 먹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젊은 엄마들은 아파트를 많이들 선호하는데 나는 이런 집이 좋다. 물론 마당청소에다 아침 저녁으로 화단에 물줘야지,진도개 금순이 뒷처리에다 하는 일이 아파트 사는 엄마들 배이지만.
그래도 아침에 마루문을 열고 마당에 나서면 밤사이 조금씩 이뻐진 꽃들이랑.제법 먹음직하게 큰 상추, 데롱데롱 매달린 꼬추하며...이런 파란색들이 잠에서 덜깬 내 눈에서 피곤을 몰아 내준다. "그래 사람은 역시 땅을 밟고 살아야되" 이런 생각을 하며 시원스레 꽃들에게 물줄기를 선사한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하니 ..생활에 찌든 사람들은 말하겠지.
팔자가 늘어졌구나라고....하지만 나에게도 이 정도의 사치는 누릴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화단은 봄부터 내가 씨뿌리고 가꾼 내 노력의 산물이니깐...
지금 내 화단엔 꽃들이 만발하다. 수국은 다 져서 꽃대만 남아 있고, 주황색 산나리꽃이 한창이다. 그리고 빨강,분홍 제라늄에다,비누냄새나는 허브랑 초코렛냄새나는 허브, 그리고 작년 겨울 먹다가 잊어버린 고구마에 싹이 나서, 화단에 심었더니 이젠 푸른잎이 화초같이 곱다. 은행옆 새로 생긴 화원에서 노란꽃이 몇송이 붙어 있는 모습이 하도 예뻐서 내일이면 볼품없어질 화분을 2500원씩이나 주고 사왔다.

집에 들고와 시든 잎은 떼어 내고 물을 흠뻑주고 그늘에 놓아두곤 새싹이 돋아 나길 기다렷지만 아직도 싹은 안나오고...
"그래 올해는 다시 꽃이 안 피어도 내년이면 피겠지" 하면 내년을 기약해 본다. 전에는 화초도 이웃끼리 서로 나누어주고 받고 하였는데..지금은 문들을 닫고 살고 하는 일들이 바빠서 화초들을 키울 마음의 여유들이 없나 보다.

이제 부터라도 조금씩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콩나물 다 삶지 마시고 한웅큼만 컵에 담아 주방 창문쪽에 두시면 "아줌마 !!콩나물이 알아서 파랗게 자라 올라 아줌마의 창문이 환해질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