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미쳤나벼!"
마늘을 펼쳐놓은 보자기를 끌어 들이며
아주머니가 혼잣말을 한다.
네모난 통에 뚤린 구멍 사이로 가스통의 열이 벌겋게
올라와서 둘러 앉은 사람들의 얼굴만 달궈 놓아
자루에 담긴 고추 빛깔이나 팔러 나온 아저씨 얼굴 빛깔이나
똑 같다.
지나가던 우산이 머뭇거리는 것을 놓칠세라
"양근이유, 날씨가 이러니께 싸게 줄께 사유~"
닷새를 별러 얌전하게 껍질 벗겨온 도라지랑,
텃밭 양지쪽에서 겨울을 버티던 냉이랑,
까맣게 물들어 버린 손끝이야 무슨 상관 이냐고
손주에게 용돈 주며 웃는 얼굴 보는게
최고로 기분 좋다는 할머니.
커다란 비닐 구멍내서 목 내밀고,
양쪽팔 꺼내 놓은 비닐옷 재단법이 재밋다.
늙은 호박 겨우 들고 왔는데 다시 가지고 갈수도 없다고
젊은 새댁을 붙잡고 반 애걸을 하는 늙은 아주머니의
크디큰 호박값은 잠깐사이 반으로 줄어 삼천원.
장날마다 한곳만을 지키는 생선장수는 자리값을
하루에 몇만원씩 준다던데 생선장수 아저씨의 입담이
비랑 눈이랑 내리면서 목소리 톤을 낮춰주고
아무래도 오늘은 자리값도 못하겠다며 투덜투덜 하면서도
얌채 소쿠리에 새끼 조길 재주도 좋게 얹고 있다.
계절에 관계없는 오이가 소쿠리에 담겨서
이천원 이라는 이름을 달고,
리어카위에 줄을 서서 나를 기다린다.
벌써 햇채소에 친해지면 안되는데...
이천원에도 인색한 내가,
눈비 내리는날 시장안을 이리저리 걸으면서,
오늘은 장날이라 모든게 싸다고 생각한다.
눈이 내린다.
서로 내리겠다고 다투다가 눈이 이긴건가?
아니면 오염 투성이 지구가 싫어
서로 내려가기 싫다하며 싸우다가
눈이 지고 내리는 건가?
내려 앉자마자 녹아버리는 하얀눈의 삶이
이기고 왔던 지고 왔던 잘못된 선택인성 싶어 가엾다.
눈은 추운날 내려야지,
그모습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차가운날,
하얗게 온 세상을 만들어 연인들에게 환호성 받으며
머물다 쉬고 가얄 것을.
발가둥이 닭들이 하얀 눈을 맞으며
주인을 기다리지만,
둥그런 통나무 도마위의 칼이 쉬고 있는지가
벌서 반시간을 넘었단다.
아들이라도 내려오면
돼지 갈비라도 사다 재워 놓겠지만...
정육점 앞을 지나며 아들 생각이나고
되돌아 걸어온 생선전 앞에서 해물탕 거릴 산다.
후줄그레한 하늘에서
맥 없이 눈비 내리는 장날,
까만 비닐봉투끈 사이에 낀 손가락 달래느라 옮겨 들고는
젖은 가죽신속에 든,
눅눅한 발가락 오물 거리면서
장날이라 싸다는 물건 사서 돌아 오는,
오늘은 장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