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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부야~~ 꿈깨!!


BY 두리 2002-01-26

하늘에서 모기눈이 팔팔 내립니다.
철없이 피어난 노란 개나리 꽃이
차가운 바람에 별처럼 얼어 붙었습니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험한 산길을 동행한 남자(?)와
밀고 끌어주며 드디어 정상까지 올라갔습니다.
등에 땀이 촉촉히 배어납니다.

사노라면 때로는 이렇게 위험한 길도 함께해야
하는가 봅니다.
전망대에서 아득히 보이는 관악산과 경마장을
바라보며 크게 심호흡도 해 봅니다.

멀리 ?쳐진 산들이 마치 백호의 무리들처럼
보입니다.
오르고,내리는 호랑이떼를 보는 듯 합니다.

그칠줄 모르는 눈으로 어느새 머리는 백발로
변해 버리지만 겨울 산은 눈이 있어서
더욱 아름답기만 합니다.

내려오는 길 허리를 굽혀라 , 잔걸음으로 걸어라.
남자의 잔소리는 끝이 없습니다.
행여 미끄러질 새라 걱정이 태산입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여전합니다.
애정의 표현이라 마음 고쳐먹으며 말 잘듣는
아이처럼 그대로 따라 합니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다리를 건너서 드디어 음식점이 있는 곳까지
내려왔습니다.
젖은 베낭을 벗어두고 머리에 쌓인 눈을 터는 동안
얼큰한 순두부 뚝배기가 놓였습니다.
후르르룩-- 냠냠--쩝쩝--
걸신들린 사람처럼 뚝딱 먹어치우고
공짜커피도 사양하지 않습니다.

남자의 얼굴도 여자의 얼굴도 빨갛게
달아 올랐습니다.
뜨거운 국물에 익어버렸습니다.
남자가 손을 내밀어 여자의 손을 잡습니다.
후후후--
전기가 잠시 통하는듯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착각이었습니다.
계산을 하라며 주문서를 손에 쥐어 주었는데..
여자는 민망해하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계산을 합니다.

여자는 생각합니다.
아--
다음엔 넘어져 뒹구는 한이 있어도
전기가 통하는 사람과 함께 와야지--
택도 없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꽈당--
계단을 헛디뎌 여자가 넘어질뻔 했습니다.
남자는 미소 짓습니다.
바부야--- 꿈깨라--
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