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금요일 구역예배 날이었다..
"엄마 혼자 다녀올께..집에서 둘이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지요뭐..." 이건 기특한 울 맏딸..
"그럼 우린 점심 어떻게 먹어요? 저도 같이 갈래요." 이건 아들..
"엄마가 점심 먹기 전에 와서 먹게 해줄께.."
"상윤아..누나랑..책도보고..놀이도하면서 기다리면 돼.."
"그래라...형도 없고..동생도 없어..다들 학원갔대.."
"괜찮아요..형..팽이 돌리고 놀기만해도 재미있어요.."
할 수 없이 아이들 둘을 다 데리고 갔다..
아들애는 지 말대로 형방에 틀어박혀서 팽이놀이에 푹 빠져 놀았다..
예배가 다 끝나고
"예들아 가자..예배 다 끝났다.." 하니..
울 아들 아주 큰 소리로.. "점심밥 먹어야지요오~~" @@ 내가 미쵸~~
얼마나 무안하던지..
"집에 가서 먹자.."하니..
"구역예배끝나면 밥 먹어야되잖아요..밥 먹고가요..엄마.."
아직도 좌우 구분이 안 되는 울 아들..
이사오기전 동네에선 예배뒤 식사가 기본이었고..
다들 아주 친했었기 때문에 스스럼 없이 밥 달라고 하기도 했었던것이
버릇이 되어서일까?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 그다지 친해지지도 않았건만..
울 아들 눈치도 없이 밥을 먹고가야겠단다..
결국 그 집 주인 아줌마..
얼른 수제비만들어 줄테니 먹고가란다..
그러면서 자기도 장난기가 발동하는지 슬슬 웃으면서 놀린다..
"얘..우리집이 밥먹는 밥집인줄 아니?"
웃기는건 울 아들..
이 아줌마의 반응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듯 부끄러워할 줄도 모른다..
한살 차이가 뭔지..
딸애는 눈치를 살피면서 파카를 집었다 놓았다..한다..
이젠 어쩔수 없다..
스타일 구길대로 구긴김에..나도 점심이나 해결하고 갈란다..하여..
"집에가서 먹어도 되는데..ㅎㅎㅎ" 하면서
들었던 가방을 슬그머니 내려 놓았다..
수제비 반죽을 함께 떼어넣던 주인아줌..한마디 하신다..
"아들 교육 한번 잘 시켰어~~"
울아들 4살때..다니던 놀이방 선생님의 말씀이 문득 생각났다..
"어머니..상윤이는 난지도에 데려다놔도 굶지 않을 거예요..호호호호"
칭찬인지 흉인지...원..
그랬다..
어릴때 부터..놀이터에 누가 과자봉지를 들고 서 있으면..
먹고싶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몸만 배배꼬고 서 있던 누나와는 달리..
자박자박 걸어가.."하나 주세여~~" 하고 손내밀던 아들애..
야박한 형아만나서 "시여~" 하면..
"노나 멍는고야~~" 하면서 결국은 빼앗아 먹었었다..
연년생 누나가 있으므로 내가 항상 하던 말이..
"먹을 건..나눠 먹는거야.." 였었다.. ㅠㅠ
좌우간..
어제 점심을 아들 덕분에 수제비를 양껏 먹고 돌아왔다..
다음 주엔 우리집으로 오시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