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잤다.
십수년만에(수학여행과 졸업여행 이후 처음으로) 학교 동창들과 같이 신년회를 하는데... 자정이 되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대전에 첫 발을 내디디며 MT 온 것 같다며 3/4박자로 뛰어다니던 내가...
생활고에 찌든 순서대로 잠을 잘 것이라는 영선이 예언대로 제일 먼저 잠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밤을 세우는 데도 그걸 하룻밤 못견디고 혼자서 안경 끼고 침 질질 흘리며 잠들었다.
그래서 내가 못 들었는 줄 아니???
같은 핸드폰만 써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세상인데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지샜는데 내가 왜 모르겠니. 다 안다. 오감으로 다 통했다.
희자는 별로 말 수가 없다. 아니, 없었다.
다들 알쟈?
근데 아주 한 말빨 하더라. 어찌 남 끼어들 한 숨을 안 주고 2시간을 내리 꿰더라. 그녀는 변해 있었다.
맞다. 그녀는 커밍아웃을 했다.
극 보수, 가부장적인 시부모님과 자기 일만 아는 일중독증 남편과 과도한 교육열로 망가지는 아이들... 이 괴현상에서 탈출하려고 그 음침하고 축축한 알의 세상을 온 몸으로 부시고 밖으로 나왔다.
사실, 그렇다.
시부모가 부자면 뭣하고, 남편이 많이 배?m으면 뭣하냐? 자식이 공부를 잘 하면 또 뭣하냐?(희자야.. 나랑 너무 똑같은 환경이다. 쩝..)
부모님이 부자면 평생 눈치보며 살아야 하니 나쁜 운세요,
남편이 너무 일만하는 것도 세상살기 외로운 병이다.
자식들 그리 공부시키는 것은 다른 것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공부밖에 달리 할 게 없는 나쁜 사주가 걸린 게다. 공부 잘해봤자 선생이다.
넌 이미 그걸 알고 용감하게 박차고 나와서 세상을 향해 외친다.
"그것 마~니 내 세상!"(들국화 버젼으로) 이라고.
짝짝짝! 환영한다. 너의 커밍 아웃을.
우리도 다 같이 나오자.
귀신이 우글거리는 그물에서, 똥파리와 오물이 너울대는 어둠의 세력에서.
자신이 지향하는 올곧은 삶을 향해 앞으로 돌진!
뒤를 돌아보면 소금 기둥이 되리라.(성경 말씀을 너무 많이 알아도 병이다.) 그대로 굳어 버리리라.
우리 모두... 커밍 아웃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