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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63


BY 녹차향기 2001-03-08

남편의 손은 아주 고왔어요.
처음 남편을 보는 순간, 이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세계에서 살다 온 듯한 신선한 분위기에 반했었고, 내 손보다 훨씬 가느랗고 긴 손가락에 반했었지요.
볼펜을 꼬옥 쥐고 있는 그 손을 한 번만 잡아 볼 수 있다면,
자판을 치고 있는 그 섬세한 손놀림을 한 번만 만져볼 수 있다면,
와이셔츠를 약간 걷어올린 소매 끝에 드러난 가녀린 손목을 한 번만 쥐어볼 수 있다면....

취한 듯 남편의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게 벌써 20년전의 일이예요.
남편을 처음 안 것이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이니깐요.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 지쳐 잠들어 있는 남편을 바라다 보았지요.
어느 꿈결 속을 헤매고 있는지, 잠들어 뒤척이는 남편은 조금 달라보였지요.
눈밑에 약간 처져 있는 주름, 반은 세치머리인지, 흰머리인지 세어있는 머리, 피곤에 겨워 거므스레 해 보이는 얼굴색.
찬찬히 남편의 모습을 바라보던 제는 남편의 손을 슬쩍 들어올려 보았지요.

남편의 손은 얼마전까지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했었기 때문에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될 일에까지 잡부일을 자청하고 - 두툼해 보였어요.
굳은 살이 손바닥에 박혀있고, 몇번인가 껍질이 벗겨져서 헐어있는 손바닥 살을 만져보니 무척 거칠거칠하게 느껴졌지요.
예전엔 분명 이렇지 않았는데....

잠들어 있는 남편의 손을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혼자 중얼거렸어요.
'고마워요.... 당신의 고운 손은 이제 간 데 없지만, 웬일인지 이 손이 나는 무척 더 멋있고,사랑스러워요.
여보, 이렇게 든든한 손을 가진 당신께 무척 감사해요....'

오늘 밤에 들어오면 준비해 둔 핸드크림으로 맛사지라도 해 줄까봐요.
세상의 모든 남편들.
정말 고맙고 소중해요.

모두 오늘 밤엔 잠든 남편의 손에 아주 찐한 감사의 뽀뽀라두 해 주세요.
아주 색다르게요.
치열한 이 세상에서 가족을 지켜내려는 그 든든한 손.
임금님 손에 경하의 입맞춤을 하는 것처럼 조금은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한 번 뽀뽀를 해 보면 어떨까요?

밤이 깊어가네요.
모두들 평안히 주무세요.
모든 근심 걱정일랑 꿈 속에다 다 풀어버리고 아침엔 아주 맑은 마음으로 깨어나세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