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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89) *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


BY 쟈스민 2002-01-25

한낮의 맑디 맑은 햇살이
아직은 겨울이지만 때이른 봄을 기다리는 설레임을 가져다 줍니다.

좋은 사람과 마주앉아 함께 드는 한끼의 식사가 오븟함을 주어서
더욱더 좋은 오후입니다.

내안에 자라던 분노의 싹도 칼날같은 겨울바람이면 자를 수 있을런지
모릅니다.

하루 하루 시간을 더해가는 만큼의 깊이로 자라나는
독버섯같은 그것들을 잘 다스리는 일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닐겁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뒤엉킨 실타래처럼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아직은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지막 향기를 찾아나서고 싶습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에겐 기다림은
긴긴 시간일지는 모르지만 희망까지 가져가 버리지는 않을 수 있기에
나는 오늘도 기다림을 저버리지 않고 싶어합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전할 때에도
바보처럼 묵묵히 들어줄줄 아는 배려가 내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또 다른 누군가를 힐책하는 이야기를 할 때
맞장구를 쳐주는 그런 사람이기 보다는
곁에 있는 이가 미처 모르는 그 친구의 좋은 점에 대하여 아주 잘 말해줄줄 아는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누구에게서 무슨말을 들으면 그 말을 금새 몇천리씩 옮길 줄 아는 뛰어난 재주가
내겐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다가 문득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하루가 내게 주어진다고 하여도
그 기분에 충실하느라 그 하루를 소멸시키기 보다는
내게 주어졌던 좋은 날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을 줄 아는 그런 지혜로움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지 않은 기억들을 바람처럼 흘려 보낼줄 알며
좋은 기억들은 오랜 추억으로 간직할 줄 알며
진정 소중함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삶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수 있었으면 ...

우리는 100년을 채우지 못하는 삶인 줄 알면서도
천년만년 살고 지고 할 것처럼
단 한번뿐인 결코 연습이 없는 실전의 삶을 허비하진 않았는지
뒤돌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왕복이 없는 단 한번뿐인 인생을
그럭 저럭 살아낸 하루로 채워가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어집니다.

마음속에 일고 있던 분노나, 미움의 감정들도
영원하지 못하리란 걸 알면서도
괜한 고집을 부리며, 바보처럼 굴 때도 있습니다.

어느만큼 그런 응집된 것들에 한계를 느낄때면
어김없이 털어내 버릴줄 아는 현명함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외딴 시골길에 피어난 이름없는 들꽃같은 삶이
내 삶의 모습이라고 해도
이는 바람에 애써 초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꽃은 어디에 피어있어도 나름의 향기를 갖고 있다고 누군가 말했지요.

자신만이 알고 있는 향기라고 하여도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향기가 되고 싶어 몸부림치지 않는 여유로움을 가진 이가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내 자신만이 알고 있어도...
결코 외로워 하거나, 슬퍼하지 않을수 있다면 ...
좀더 넓은 가슴으로 나를 아는 모든이들을 보듬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내가 먼저 손 내미는 화해에 익숙하며,
내가 먼저 뭔가를 주는 일에 익숙히 살아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내 마음속에 나만이 아는 보물독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안에다
마음에게 쓴 소중한 편지를 차곡히 담아두고 싶습니다.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때면
저 사람 어떤 사람일까? 하는 시선으로 바라다 보기 보다는
아마 좋은 사람일꺼야 ... 하며 자기 위안으로 살아갈 줄 아는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한꺼번에 다 보여주기 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곁에 머물고 싶어지도록
누군가에게 나는 그런 느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이름없는 들풀의 향그러움이나,
진흙속에서 건져낸 하잘것 없는 보석이어도
그것이 나의 진정한 모습이라면
어떤 부끄러움조차도 내겐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목표지점에 도착한다 해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해서 가는 길이 다소 돌아가는 길이라 하여도
묵묵히 걸을 줄 아는 그런 용기를 가진
나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