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36

영어? 음메! 기죽어


BY cosmos03 2002-01-25

친정 작은 오빠의 아들.
이만냥으로 용서를 받은 나의 조카녀석이.
배낭한개 달랑메고 유럽여행을 떠났다.
대학을 다니다가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입대.
그리고 몇밤인가를 자고 난거 같은데. 제대를 하엿다고 인사를 다녀간다.
" 녀석~ 기특도 하고만. "
생각도 잠시.
( 잠깐만...저녀석이 군복무를 마치고 왔으니 난 그만큼의 세월을
할마시로 늙어버렸다는 야그?
와우~ 마냥 좋아할일만은 아니고만.)

복학의 시간이 조금 남앗다고 하여.
인생도 알고 고생도 알아야한다는 명목하에
나에겐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어느날 그렇게 배낭한개 달랑 어깨에 매엇다고 한다.
( 휴~우. 다행이다. 인사라도 왔더라면... 에구구 배추이파리 몇개인가는
쌈지돈이 나갈뻔햇네 그려 )
속 보이게 가슴한번 쓸어내리고.

며칠전 조카딸이 지네 아들 둘을 데리고는 우리집에를 놀러왔다.
그러다가는 여행떠난 녀석의 얘기가 나오고.
" 전화는 자주오니? "
" 응. 매일 오는데 뭘 "
" 근데 왜 내게는 한통화의 전화도 없니? "
" 돈이 아마도 없을꺼야 "
" 아니 왜? "
" 아빠가 젊어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돈을 안 주셧거든 "
( 핏! 젊어고생 사서도 한다고? 웃겨. 미?수? 왜 힘들게 고생을 사서 한다우?
그건 옛날에 우리 어릴적. 어른덜이 괜히 못 먹이고 못 입히니까
자식들보기에 미안한 변명 이었을뿐 이네요 )
혼자서만 속으로 궁시렁~궁시렁.

" 고모, ** 멜 한번 볼래요? "
" 우와~ 외국에서도 멜 확인이 되냐? "
" 고모! 모르고 하는 소리야? 아니면 조크야? "
" 우이쒸~ 네 맘대로 생각하셔 "
( 사실 난 잠깐의 착각을 했었음. )

고모와 조카딸.
컴퓨터를 켜고 다움에 들어갔더니
녀석의 멜이 한통 와 있다.
물론 조카딸 앞으로.
그 멜을 열어보니.
흠~흠...
나 헛기침만을 해 댄다.
왜냐고라?
뭔놈의 글이 모두가 꼬부랑 이냐고여~
" 고모 다 읽었어? "
" 야! 느그 고모 눈 나쁜거 너도 알쟈? 그러니 니가 읽어봐 것두 큰 소리루"
참새가 곧 죽어도 짹~ 한다고...
꼬부랑이라 읽을수 없다는 말은 못하고.
씰다리 없는 헛기침만을 해 댄다.
그노무 나라는 좌판에 ㄱ,ㄴ,ㄷ,ㄹ 이 없다니...
그리하여 적힌글은 온톤 영어뿐이다.
뜨문뜨문 적힌 아주 짧은 글도 읽지 못하니.
음메! 기죽어.

" 멜 주소 적어놓구가라 "
" 왜? 멜 보내게? "
" 응. 그래야 올때 선물이라도 사올거 아니냐? "
" 알았어."
하고는 다다닥~ 멜 주소를 내 인터넷 주소록에 적어놓는다.
오미! 타자 빠르던거.
역시 젊은 아이들이라 틀리구나 싶다.

조카딸이 돌아간뒤
난 녀석에게 멜을 보냈다.
구구절절이 긴긴 한글 멜을 쓴뒤
선물 이야기는 두번씩을 강조하고는
" 어이! 조카자식놈아! 니네 고모에게 멜 보낼생각일랑 당최 하지 말거라.
나아, 꼬부랑 읽으려면 사전 두개는 필요하고.
내가 지금 이 나이에 고시공부해서는 쌍코피 터트릴일있냐?
그러니 고모를 생각해서리 답장은 보내지 말고 선물이나 잊지 말아라 "
그렇게 끝맺음을 하고는 멜을 보냈는데.
이건 또 나름대로 궁금한거다.
두번, 세번...
답이 없다.
네번째 멜에다가는 결국은 내가 고개를 숙여버렷다.
" 얌마! 아무리 니 고모가 꼬부랑을 모른다고 해도 그렇지
하다못해 받앗다는 싸인으로 에이, 비이, 씨 라도 적어 보내야 할거 아녀?
내 그정도는 읽을수 읽을수 있고만..."
그렇게 해서는 네번째의 멜을 보내놓고는.
열심히 기다리는 중이다.
모니터위에 영어사전은 두개씩을 꺼내어 올려놓고시리.

진즉에 교복입고 핵교 다닐때.
선생님 말씀에 귀좀 귀울이고 영어시간에 매점에만 덜 갔어도...
땅을 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있으랴만.
난 영어가 무섭고.
씨부렁 거리는 영어 소리 들으면
" 음매! 기죽어 "
하고는 꼬랑지를 내리고는 깨갱~깨갱....
졸지에 발발이가 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