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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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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잠들때 까지'


BY namu502 2002-01-25

밤 열한시 하고도 반.
어쩌면 내일을 준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자리를 서두를 시간이다.
어제도 이랬다.
그제도, 아마 그전날도,
윗집에서는 아이들이 잠도 자지 않고 텔레비젼 소리며 떠들고 뛰는 소리가 잠자리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게 하고 만다.
'어찌 해야 할까?'

얼마전 우리집에 아이들 손님이 왔었다.
일주일 동안 있는데 떠드는 아이들 단속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래도 우리집아이들은 9시반이면 모두 잤다.

낮시간이라 떠드는게 아마도 신경이 덜 쓰였던게지.
나는 음식을 하느라 부엌에서 온정신을 팔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났다.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기에 아이들에게 물으니 드디어 아랫집 아주머니께서 다녀 가셨다는 이야기다.
용건은 물론 너무 시끄럽다고.
나는 앞치마도 벗지 못한체 불이나게 달려나가
죄송하다고 여러번 사과한 끝에,
그러나 잘 올라오셨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아랫층사람에게 피해가 간다고 해도 넓은데서 자유롭게 뛰어놀던 아이들에게는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 였을 테니까.
그런 다음 부터 아이들은 스스로 절재하고 조심하며 일주일을 즐겁게 보내다가 내려갔다.
물론 아랫집에서는 더이상 올라오지 않으셨다.

아랫층 아주머니께서 가시고 나니 아이들이 항의 했었다.
'엄마도 윗층에 좀 올라가'
'왜?'
'너무 시끄럽고 의자를 끌고 다니고 뛰고 책을 읽을 수가 없어'
'그게 사람사는 소리야. 남들이 올라온다고 나 보고도 올라가서 항의 하라고?
난 그러기 싫다.'
조카도 거든다.
'고모. 정말 장난이 아니예요.'
'여튼.난 그러기 싫어!'

내가 그랬는데
그런내가 오늘은 도저히 견딜수가 없다.
뛰는 발소리 조용한 밤에 온 아파트를 울리는 소리.웅웅거리며 무슨소리인지도 알수 없는 텔레비젼소리.
'아! 이건 사람 사는 소리라 여기기엔 너무 심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난 편지를 쓰기로 했다.
이사 온지가 얼마 되지 않아 안면도 없는데 싫은 소리를 할수도 없고
차라도 마시며 편안하게 이야기 하자니 낮에는 집에 없는것 같아 그럴수도 없고.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고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도 다음과 같이 쓰게 될것 같다.

안녕하세요?
아랫층에 사는 사람입니다.
전에 인사드리러 올라갔더니 댁에 안계시더군요.
언제 시간이 닿으면 차라도 한잔 나눌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밤이 깊은데도 잠들지를 못하겠군요.
어찌나 가족분들이 유쾌하게 지내시는지 우리집에 까지 대부분 전해져 옵니다.
유쾌하고 경쾌한 소리를 낮에 들으면 더불어 즐거워질수도 있겠지만 깊은 밤에 들으니 같이 즐거워할수도 없고 잠도 들지 못하니 적지아니 괴로운 밤이 되는것 같습니다.
내일밤에는 쉬이 잠들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날 되시고 더욱더 행복하세요.

그런데 이 편지는 보내어 질것 같지가 않다.

'사람사는게 다 이런것 아닌가요?
그렇게 싫으면 전원주택으로 이사가세요!'

아!
이러면 어떡하지?
마음 약한 나는 오늘도 이불만 뒤집어 쓰고 있을것같다.
아마도
그들이 잠들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