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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스<25>-원주:영원한 루치아노 초이


BY eheng 2002-01-24

핵교 다닐 때부터 그랬다.
반듯한 맞춤 정장에 드라이빨로 번듯하게 세운 머리, 빤짝이는 하이힐. 그리고 유행하는 안경.
그 후 15년.
한밭의 환락도시 모 호텔에 나타난 원주의 차림을 말한다.

*머리-찰랑이는 스트레이트 파마에 역쉬 힘을 파바박 줬다. 아마도 서울 강남의 젤로 큰 미용실 솜씬 거 같다.
*윗도리-요즘 유행하는 까만색 앙상블 가디건. 목 부분에 반짝이 꽃이 수 십 송이 오밀조밀 붙어서 목을 이리저리 비틀 때마다 눈이 부시다. 눈이 시다. 그것도 모자라 가슴 언저리에 쌍 리본 블로찌를 또 달았다. 아마도 <드로아 조>가 아닐까 한다.
*아랫도리-작년부터 유행하는 주름 촘촘히 잡힌 회색 모직 스커트. 아마도 <데고>가 아닐까 싶다.
*다리 부분-올 해 대 유행하는 무늬목 스타킹. 그것도 흰색에 다이아몬드 줄무늬.(절대 아무나 못 신는다) 아마도 도깨비 시장의 직수입품이 아닐까 싶다.
*발 부분-굽 높은 쎄무 구두. 아마도 명품 카피가 아닐까 싶다.(처녀적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카피겠지)
*전체-위에 입은 흰색 코트. 목부분의 여우 털과 반짝이는 커다란 단추. 분명히 루치아노 초이의 코트다.(그녀는 학생 때부터 유난히 루치아노 초이를 좋아했다.)
원주 역시 멋쟁이.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 떠는 밤에도 그 갑갑한 스타킹 절대 안 벗고 갑갑한 시계, 알반지 절대 안 빼고, 자세 구기지 않고 꼿꼿이 앉아 귀부인 티를 내더라. 늙으면 퍽 퍼질러지는 게 아줌마의 생리인데도 원주는 절대 흐트러짐이 없다. 그래서 세살 버릇 여든 간다고 한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나가서도 샌다고 한다. 원주이는 영원한 우리들의 루치아노 초이다.

하지만...
마음까정 루치아노 쵤까? 정녕...
그렇지 않다.
자식 새끼 키우면서 속이 꺼멓게 타고, 천재 남편 내조하며, 가정을 지키느라 아무 연고도 없는 시골서 씩씩하게 아이들 델꼬 살면서 마음은 젤로 펑퍼짐한 아줌마요, 한국의 어머니인 것이다. 겉보기엔 깍쟁이 같지만 그 속은 퍼 주고 제 실속 못찾는 우리네 어머니인 것이다.(이 점은 나랑 똑같다. 쩝..)

원주야.
제발, 너만은 퍼지지 말고 끝까지 우리의 멋쟁이 루치아노 초이로 남아다오. 너마저 무너지면 우린... 마늘 까는 아줌마 된다. 새우젓 장사된다. 네가 우리 곁에 있어서 그래도 좀 부티가 나고, 귀부인 친구처럼 보이고, 남들이 업수이 여기질 못한다. 알지?
영원한 루치아오 초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