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84

아들아..넌..어른이다..


BY 우리집 2002-01-24

요즘 대학에가서 난 84학번이다..하면 ..들을 수 있는 말.."전설의 84요?"

그렇다 전설의 84학번인 내가 대학을 다니던 그시절..

우리학교에서는 교양필수과목으로 "유학" 이란 과목이 있었다..

정말 따분한 시간이었기에..순진무구(?)했던 나도 땡땡이라는걸 배운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다..

지금도 "유학" 하면 딱 두가지 기억이 전부다..



한가지는 집안 족보를 조사해서..선조들중에 다섯분만 골라..

태어난 연도와 돌아가신 연도,그리고 특징적인 하신일을 조사해오라는 숙제가 있었다..

아마도 교수님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조상님들에 대한 존경심을 배울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셨던것 같다..but, 그러나..

나와 내 친구들은 희한한 결론을 내렸으니..

"우리집안은 대대로 장수하는 집안 이라는 결론이야..."

"우리집안은 다들 일찍 돌아가셨어.."

그러니까..

"조상 닮았으면 실컷 먹고 마시고 놀아도 오래살거야.."

"어차피 빨리 죽을거 실컷 먹고 마시고 놀아나 보자.."

이런 요상한 결론을 내리고 실컷 먹고,마시고 놀았다..이거지..ㅎㅎㅎㅎ



또 한가지 기억은..

"어른이란?" 에대해 정의를 해보라신 일이다..

다들...뭐라고 말할까? 고민하고있는데..한친구가 "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들었다..

만면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신 우리 교수님.."그래..학생 한번 말해봐.."

"세수할때 비누거품을 내고난뒤 눈을 똥그랗게 뜰 수 있으면 어른입니다.." 허걱~~

평소 약간의 싸이코 기질이 보이던 내 친구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듯 말했습니다.

"전 어렸을때 아빠가 비누거품이 잔뜩 묻은 얼굴로 눈을 뜨시는것을 본 뒤로..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다가..고등학생쯤 되어 제가 비누칠하다말고 눈을 뜰 수 있게된 순간,

난 이제 어른이다..라고 생각했어요.." ㅎㅎㅎㅎㅎ

그때 유학 교수님이 어떻게 그 순간을 마무리하셨는지는 잘 기억나지않지만..

애써 마무리하시는 말씀이 바로..

"결혼을 하면 어른이 되지요..그리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그제서야 완벽한 어른입니다..

예전엔 16살에도 장가가고 시집가고 했기때문에

여러분만한 나이엔 이미 자식이 여럿인 어른이었습니다만,

요즘엔 결혼하는 나이가 늦어지면서

여러분들은 어른이라고 하기엔 철이 너무도 안들었다는 말씀입니다.."

아마도 이전에 비누거품 이야기를 한 친구를 염두에 두시고 하시는 말씀이었겠지요..ㅎㅎㅎㅎ



그땐 그 교수님 말씀에 절대로 동감할 수 없다고 펄펄 뛰었었다..

그러다가..

우리보다 나이가 많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않은 남편의 선배들을 보면서..

나는 나도 모르는새 이렇게 주장하고 있었다..

"어째 나이가 그렇게 많으면서도 그렇게 생각이 짧아요?

그래서 결혼을 해야 어른이된다는 말이 있나보네요.."



요즘..

드디어 여덟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고 들떠있는 울 아들..

세수할때 마다 온 얼굴에 비누거품울 내고는 똥그랗게 눈을 뜨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대견해 한다..

"엄마..보세요..비누칠하고도 눈을 떴어요..아빠처럼요.."

"그래..아들아..너..다컸다...어른이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