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너무 많지만 우선에...
경옥아, 니 수술 안해도 되겠더라. 영선이처럼 활주로에 붙은 껌딱지도 아니고, 재희처럼 나바론의 건포도도 아니며, 옥자처럼 빨래판의 단추도 아니던걸.
그 정도면 계란 후라이는 된다. 노른자가 터져서 그렇지.
애들 다 자는데 너랑 둘이서 온천장에 내려가 등 밀어주며 볼 거 못 볼 거 다 봐선지 니가 젤루 친한 거 같다. 니 무덤에 갈때까정 서로의 신체적 비밀을 발설하지 않기다. 우리... 지금부터 운명공동체다.
언젠가 니가 덕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넌 덕만 없을 뿐, 턱도 있고, 뚝심도 있고, 담도 있고, 돈도 많고, 덤도 후하다.
항상 남편의 금일봉으로 한 턱 내는 것도 너요,
용감무쌍하게 어린 애들 둘, 델꼬 오는 뚝심 있는 여편네도 너요,
계룡산 특급호텔서 소리 바락바락 지르며 애들 내?는 담력도 너만의 것이요,(니가 하도 리얼하게 옷까지 입고 가방까지 싸들고 나가서 잠시 진짜 가려나하고 걱정했다. 니 연극 솜씨 여전하더라. 최고의 여배우다.)
다들 한끼 밥 내기 서로 눈치 보는데 두끼나 사는 것도 돈 많은 너요,
다들 돼지 갈비 먹자고 애원하는데 소갈비집으로 겁없이 가는 것은 친구들 한끼라도 잘 멕이려는 덤 얹어주는 네 인심이다.(에고~ 밥 두끼 얻어먹고 아부도 되게 한당.)
그것 뿐이겠니?
노래면 노래, 수다면 수다, 춤이면 춤, 욕이면 욕!
뭐든 사통팔달하는 네 재간을 워찌 당하겠니. 얼굴만 예쁘면 됐지, 몸매도 예쁜 것이 재주는 많아가지고!
네게 한마디 뭐라하는 사람들, 다 부러워서 그러는 거다. 옆에 있으면 샘이 저절로 나거든. 그러니 이제 무재주가 상팔자란 말은 하덜 말아라.
이젠 우리도 나이를 먹어선지 방바닥에 들러붙어 이불 뒤집어 쓰고 수다만 떨려해서 큰 일이다. 늙으면 다리힘이 빠진다더니... 참말인가보다. 그날 노래방에 가서 오랜만에 네 오도방정 새로 개발한 타조춤도 보고, 영선이 목젖이 덜덜 떨리는 애절한 노래도(칠면조 노래) 들었어야 마땅한데... 맨날 아름다운 강산과 참새의 하루만 부르는 옥자가 아주 아쉬워하더라. 내 한번 기회를 만들어 볼란다. 그 때는 다들 모여서 뽕짝으로 한번 놀아보자. 경옥아, 그러면 니 판이다. 그때까지 그 긴 머리 자르지 말래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언제나 제일 톡톡 튀는 너,
사람들 사이에 있어야만 발휘되는 끼,
넌... 인간의 대지 위에 뛰노는 망아지처럼 주책(자유) 바가지(기쁨)이다.